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과의 대화 관련 언론보도 등에 관해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공천개입’ 논란을 낳은 ‘태영호 녹취록’ 파문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녹음파일이 의원실 직원을 통해 언론에 유출됐다며 해당 직원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논란의 핵심인 ‘공천개입’ 사안 자체의 파장은 당사자들 부인으로 잦아드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녹취록에 담긴 발언이 전해진 말(전언)이라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태영호 의원이 최고위원에 당선된 이튿날인 3월9일, 사무실에 보좌진들을 모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관계에 대해 옹호 발언을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지난 1일 공개돼 ‘대통령실 공천개입’ 논란이 일었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규정하며 공무원은 직무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징역 3년까지 가능하다.
이 죄명(‘공천개입’)으로 유죄를 선고 받은 이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이 공천을 받도록 현기환 당시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지시한 혐의로 2018년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법원은 “대통령 지위를 이용해 선거법을 위반해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당 자율성을 무력화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현 상태에서 ‘대통령실 공천개입’ 논란을 박 전 대통령 사례와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정무수석 발언이 사실이라해도 ‘선거 개입 행위’로 단정짓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 정무수석이 녹취록대로 말했다해도 ‘(선거 개입) 실행의 착수’가 있기 전 단계로 보인다. 발언만 봤을 때는 예비·음모 수준으로 보여 형사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당사자 모두 ‘공천 발언이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는 것도 난점이다. 태 의원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 정무수석의 발언은 태 의원이 들은 내용을 전하는 형태라서, 이 정무수석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할 경우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수사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직선거법은 법 위반 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면 검사·경찰이 신속·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해당 조항이 수사기관을 실질적으로 구속하지는 않는 편”이라며 “선거 사건은 수사 착수만으로도 정치권 공격을 받을 수 있어 금전 거래 등 확실한 정황 없이는 자체 수사에는 잘 나서지 않는다. 고소·고발이 있어야 수사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사실관계가 맞는지, 예비 음모에 그쳤는지 아닌지 밝히는 게 수사다. 수사를 해봐야 진상 규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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