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어린이날인 5일 오후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첫 어린이날인 5일 전국에 비바람이 계속되며 전북·전남·제주도 등 남부지역엔 호우주의보·호우경보가 내려졌다. 역대 기상청 통계를 보면, 2000년대 들어 어린이날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건 2005년 남부지역에 큰비가 내린 때였다.
‘18년 만의 어린이날 장대비’에 놀이공원이나 키즈카페가 붐볐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집콕’ 어린이날을 보낸 사람들도 많았다. 실외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고, 비를 피하며 놀 수 있는 실내 공간은 단연 인기였다. 놀이공원과 키즈카페, 서점, 박물관, 극장 등은 이른 아침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는 입장 30분 전인 아침 9시30분부터 약 500명이 대기했다. 티맵(TMAP) 네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에서 ‘롯데월드’를 목적지로 설정하니 입장 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3시 현재도 약 300대 차량이 롯데월드로 향하고 있었다. 날씨 때문에 선택지가 적어지면서 실내 놀이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자 ‘암표’도 기승을 부렸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놀이공원에서 기다리지 않고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이용권인 ‘매직패스’를 정가의 2배에 달하는 가격에 사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각종 쇼핑몰과 지방자치단체 건물은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내부 넓은 공간을 이용해 어린이 그림 그리기 행사가 열었고, 초안산생태공원에서 어린이날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었던 도봉구는 비가 내리자 구청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을 통째 놀이터로 내놓았다. 세종호수공원과 이응다리에서 어린이날 기념행사를 열기로 했던 세종시는 정부 세종컨벤션세터로 장소를 옮겨 인형극을 펼쳤고, 구로구는 고척근린공원에서 열 예정이던 ‘제101회 어린이날 기념행사'를 구로중학교 체육관으로 옮겨 백일장 및 그림그리기 대회를 열었다.
5일 오전 강원 고성종합체육관에서 ‘제5회 어린이날 대축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함명준 군수를 비롯한 김일용 군 의장, 이양수 국회의원, 김용복 도의회 농림수산위원장, 허욱 고성교육지원청 교육장, 기관·단체장, 어린이, 자원봉사자, 주민 등 1천여명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인터넷 맘카페에선 하필 어린이날 쏟아진 비에 실망한 아이들을 어떻게 달래줘야 하느냐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ㄱ씨는 “방콕하는 아이들이 불쌍해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기로 했다 ”며 음식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저마다 ‘집콕 ’ 어린이날을 기념하기도 했다. 대전에서 7살·2살 딸을 키우는 최아무개(33)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침에 키즈카페를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돌아왔다. 아이들에게 오늘은 ‘유튜브 실컷 보는 날’이라고 해주고 태블릿 피시를 손에 쥐어줬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가족들끼리 함께 빵을 만들거나 종이접기를 하는 모습을 담은 인증샷도 올라왔다.
비 때문에 취소된 어린이날 행사들은 6∼7일 재개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핑크퐁과 함께하는 ‘책읽는 서울광장' 어린이날 특별행사는 하루 미뤄 6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다.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리기로 했던 ‘서울서커스페스티벌'은 이날 모든 체험을 취소하고 6~7일 정상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광화문광장에서 운영되는 ‘서울컬처스퀘어'는 이날 하루만 운영을 중단한다. 뚝섬한강공원에서 예정됐던 한강불빛공연(드론라이트쇼)도 7일로 일정을 바꿨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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