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사태의 배경을 두고 ‘네 탓’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 ㅎ투자컨설팅업체 대표는 자신도 손해를 본 피해자이고, 주가폭락의 배후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주가조작 세력과 관계없다”며 라 대표를 고소했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우선 사건의 전모를 파악해보겠다는 입장인데, 주가폭락으로 억대 손해를 본 피해자들은 대규모 소송을 준비 중이다.
2016년 지인들과 함께 소규모 투자회사를 세운 라 대표는 다단계 방식을 적용해 덩치를 키웠다. 직원들은 투자자 한 명을 데려올 때마다 수수료 명목으로 수익금의 30%를 받았다고 한다. 회원 중 일부도 수수료를 받고 투자자를 모집, 알선했다고 한다. 라 대표는 투자자들한테 중간중간 수익금을 정산해주며 신뢰를 쌓았고 실제 수익을 본 피해자들이 다른 지인에게 권해 다단계 형태로 투자자가 대거 모였다.
피해자들은 모집 단계에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우량주를 장기투자한다’는 얘기에 투자를 맡겼을 뿐이라는 것이다. 피해자 쪽을 대리하는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상담한 피해자 전원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이용해 레버리지(빚) 거래를 한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며 “투자금을 건네준 시점, CFD 계좌를 이용해 레버리지 거래를 일으켜 손해를 발생시킨 시점에 이미 사기, 업무상 배임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8∼9일께 라덕연 ㅎ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등을 고소할 예정이다.
그러나 라 대표가 주가조작을 했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이를 인지했다면, 이들도 처벌받을 수 있다. 이익 유무가 처벌을 가르는 게 아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투자 권유를 통해 주가조작 세력이 자금을 유치하는 것을 도왔다면 주가조작의 공범 내지 방조범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 이전에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했는지(고의), 이들의 투자 권유가 사람들의 투자에 영향을 미쳤는지(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수 임창정씨가 투자를 독려하는 듯한 영상이 <제이티비시>(JTBC)에 공개됐는데, 임씨가 주가조작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짐작(미필적 고의)했는지가 처벌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투자 계약은 일임매매를 맡기면서 시작된다. 가수 임창정씨를 비롯해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등은 ㅎ사에 투자금과 함께 자기 명의 휴대전화·증권계좌를 모두 넘겼다. 라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맡긴 돈으로 본인이 일부 계좌들을 맡아 매매했고, 이런 영업이 불법이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라 대표 등이 통정거래에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200여대를 분석 중이다.
통정매매에 대해선 ‘그렇게 보일 수 있는 거래는 있었지만 통정매매는 아니다’라는 게 라 대표 입장이다. 라 대표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시세 조종은 한 적 없다. 통정매매는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하림지주 8개 종목의 주가 폭락을 이끈 배후가 누군지를 놓고서는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라 대표, 김익래 회장, 제3의 세력 등이 배후로 거론된다.
라 대표는 주가를 떨어뜨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회장을 포함한 8개 종목 회사 오너들이 상속·증여세를 아끼려고 시세를 조종했다”며 “나는 오히려 손해를 봤다. 300억원을 투자했는데 지금 400억~450억원이 날아갔다”고 했다.
김 회장은 폭락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0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주를 처분했다. 그는 이 거래로 현금 605억원을 확보했다. '신의 매도'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의혹이 일고 있다. 김 회장 쪽은 증여세 납부를 위해 이미 4월초에 계획했던 거래라고 설명했다. 4월 초 주관사를 선정해 블록딜을 통한 매도 의사를 밝혔고, 실사과정을 거쳐 20일 매수 의사를 밝힌 투자자들을 찾아 블록딜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 쪽은 “김 회장의 다우데이타 주식 매도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관련 공시도 모두 이행했다”고 말했다. 금융분야를 잘 아는 한 변호사는 “회사 내부의 호재나 악재를 이용해 거래하는 일반적인 미공개 내부정보 이용 사건과는 결이 다르다”면서 “주가조작 세력과 결탁이 됐는지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제3의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라 대표 쪽 내부 인사가 이들과 결탁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다른 세력이 주가조작에 가담했는지는 각 종목의 최근 수년간 거래내역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잘 아는 한 검찰 인사는 “순식간에 가격이 폭락한 원인을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그 지점이 규명되면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두 드러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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