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한국에 들어와 난민신청을 했지만 9년째 인정받지 못한 이집트인이 일주일째 과천 법무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30일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이집트인 ㄱ씨는 4월24일부터 조속한 난민 인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 뒤 일주일 째 음식을 먹지 않고 있다.
ㄱ씨의 난민 신청서를 보면 그는 1995년 무슬림형제단에, 2011년에 자유정의당에 가입했으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식량 및 의료지원, 미디어 업무를 담당했다. 2013년 8월14일엔 카이로 라바 광장에서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6개월간 구금됐다. 무르시 대통령의 복귀를 촉구했던 ‘라바 시위’에선 시위대 600여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데 이어, 1주일 남짓 만에 이집트 전역에서 사망자가 1천명을 넘어서는 등 인명피해가 컸다. 희생자는 민간인 시위대가 대부분이었다. ㄱ씨는 수배 상태로 쫓겨 다니다가 2014년 한국으로 건너와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ㄱ씨는 법무부 난민 면접 조서 조작 사건의 피해자다. 난민인권센터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아랍어권 국가 출신의 난민 면접 조서에는 “일 하고 돈 벌 목적으로 난민신청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당사자들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허위 조서가 꾸며진 사실을 확인한 법무부는 2015년 9월부터 2018년 7월 사이 아랍어로 면접을 보고 난민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재심 기회를 줬다. ㄱ씨는 2019년에 난민 재신청 절차를 밟아 2021년께 재심을 받았으나 법무부는 2022년 9월 다시 불인정 판단을 내렸다.
다시 이의신청을 제기한 ㄱ씨는 지난하게 진행되는 난민 인정 절차에 절망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ㄱ씨는 “9년 동안 너무 심한 고통을 겪었다. 길거리에서 자고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찾아 먹고, 어려운 노동 현장에서 일하다 어깨 인대가 찢어졌다”며 “출입국·외국인청이 내 면접 진술을 위조해 다시 면접을 봤지만 여전히 법무부의 비타협적인 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는 “의료진이 저혈당을 우려해 ㄱ씨에게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으나 거부하고 있다”며 “오랜 시간 불안정한 지위와 열악한 처우로 고통 받은 ㄱ씨가 법무부에서 보다 신속하고 충실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의 ‘2023년 3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를 보면, 올해 1∼3월 한국 정부가 1685건의 난민 심사를 마쳤는데, 이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는 25건에 그쳤다. 난민 인정률은 1.4%.
이재호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