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본금 없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허위공시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주가를 띄워 수백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취한 김용빈(51)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하는 회사의 법인카드로 명품을 사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배임) 위반 등 혐의로 김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김 회장이 실소유했던 코스닥 상장사 콜센터 운영대행업체 한국코퍼레이션(현 엠피씨플러스)과 대우조선해양건설 대표이사 등 경영진과 명의대여 조력자 등 공범 9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 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 사채자금을 이용해 279억원 규모 한국코퍼레이션 유상증자 대금을 가장 납입하고, 바이오사업에 진출하겠다며 허위 공시를 하는 등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 등으로 최대 285억원 상당의 미실현 부당이득을 본 혐의를 받는다. 김 회장은 조력자의 명의를 빌려 사채자금을 한국코퍼레이션 유상증자에 납입했다.
한국코퍼레이션은 해당 자금으로 실제론 바이오 사업 자금이 없는 ‘페이퍼’ 바이오회사의 주식을 211억원에 매수하게 했다. 페이퍼 바이오회사는 다시 이 자금으로 한국코퍼레이션 유상증자에 대금을 납입함으로써 대규모 자금조달을 성공한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주가를 띄우는 방식을 썼다. 김 회장은 이렇게 순환한 돈을 2박3일 만에 사채업자에게 갚았다. 검찰은 김 회장이 ‘관리종목 지정’ 등으로 인한 경영권 상실 위기를 피하기 위해 마치 대규모 투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보고 있다.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 주요 자금 흐름도. 서울남부지검 제공
아울러 김 회장과 경영진은 직원 급여도 못 주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법인카드로 명품을 사고, 법인 명의로 리스한 ‘포르쉐’ 스포츠카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등 총 4억원 상당을 횡령하고, 2020년엔 또다른 유상증자에 동원된 사채자금을 변제하기 위해 회사자금 50억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방만한 경영으로 대우조선해양건설은 회생관리에 들어가고, 한국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월 상장폐지에 이르게 됐다. 한국코퍼레이션의 시가총액은 지난 2019년 1월 1078억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가 상장폐지 결정으로 지난해 1월 최저치인 42억까지 폭락해 소액주주들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보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방만한 경영으로 건실한 코스닥 상장사였던 한국코퍼레이션이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고,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임직원들의 임금·퇴직금도 지급하지 못한 채 회생절차에 돌입했다”며 “이번 사건은 단순 주가조작 사건이 아닌 기업비리의 종합판”이라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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