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보건 당국이 2020년 코로나19 유행 중 대규모 광복절 집회를 여는 등 정부 방역지침을 어겼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게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2년 6개월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랑제일교회와 전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5억6천만원 청구소송은 2년 2개월이 지난 지난해 11월에야 첫 변론기일이 열렸고, 지난달 9일 2차 변론기일이 열리는 등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사랑제일교회와 전 목사가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컸던 2020년 8월 합숙예배를 열고, 15일 광복절엔 대규모 집회를 강행해 코로나19 확산세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당시 역학조사 내용을 보면 사랑제일교회 합숙예배와 광복절 집회와 관련 확진자가 1천명 이상이었다. 건보공단은 2020년 9월 25일 “개인이나 단체의 방역지침 위반 행위로 공단이 부담하게 된 코로나19 치료비용은 원인을 제공한 개인과 단체가 부담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건보공단이 구상금을 청구한 법적 근거는 건강보험법 58조 1항(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에는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 등이다. 구상금 산정 기준은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1035명에 대해 건보공단이 지급한 진료부담금 55억원의 10%다. 2020년 1월부터 7월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에 대한 건보공단의 1명당 평균 진료부담금(534만원)에 1035명을 곱해서 산출했다.
재판 진행이 늘어진 이유는 전 목사의 형사재판 때문으로 보인다. 전 목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벌금 450만원을 선고받았다. 통상 같은 사안으로 형사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면 민사재판부는 형사 재판 결과를 기다리기도 한다.
구상금 청구 재판의 쟁점은 감염환자들이 다른 곳이 아닌 전 목사가 주도한 집회와 교회 예배에서 감염됐다는 점이 얼만큼 입증되느냐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역학조사를 통해 관련 확진자로 분류됐다 해도 법적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려면 더 엄밀한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며 “확진자들이 교회나 집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건보공단은 전광훈 외에도 대한예수교장로회 성석교회(편재영 목사)에 대해서도 방역지침을 어기고 코로나19 확산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2억원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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