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나눠주는 피의자 2명. 강남경찰서 제공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시음행사를 빙자해 고등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마시게 한 용의자 4명 중 2명을 경찰이 붙잡았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음료를 건넨 뒤, 부모에게 연락해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으니 돈을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5일 ‘마약 음료수 사건’ 관련해 여성 ㄱ(49)씨와 20대 남성 ㄴ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이날 새벽 1시30분께 동대문에서 붙잡혔고, ㄴ씨는 언론 보도를 본 뒤 오전 10시께 강남서에 자진 출석했다. 경찰은 관련 피해 6건을 접수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마약 음료수 사건’ 용의자 4명이 2개조로 나뉘어, 각각 강남구청역(20대 남성 1명, 20대 여성 1명)과 대치역(40대 여성 2명) 인근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용의자들은 계속 추적 중”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6시께 강남구 일대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최근 개발한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 시음 행사를 가장해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마시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음료수를 마시고 어지럼증 등을 호소한 피해자 2명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용의자들은 학생들에게 음료수를 건넨 뒤 설문조사나 추후 구매 의향 확인을 위한 것처럼 부모 연락처를 요구했다. 이후 부모에게 연락해 “아이가 마약을 했다.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했다. 실제 금전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메가 ADHD’라고 쓰인 병에 담긴 음료에서 실제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피해 사례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며 “유사 피해 사례가 있으면 112에 신고하고, ‘메가 ADHD’ 상표 음료를 마시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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