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왼쪽부터), 이종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사건 첫 준비기일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이태원 참사 관련 책임을 가리는 탄핵 심판이 4일 시작됐다. 이 장관 쪽은 ‘행안부 장관이 전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국회 쪽은 ‘사고 발생 전에 112·119 신고가 계속돼 충분히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헌법재판소는 4일 오후 2시 소심판정에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1차 변론준비기일(본격 재판에 앞서 변론이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을 열었다. 국회는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지난 2월 8일 가결했다.
양쪽은 이날 탄핵 여부를 결정지을 주요 쟁점을 정리할 때마다 맞붙었다. “이 장관이 헌법 제34조6항 국가의 재해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탄핵소추단 쪽의 주장에 이 장관 쪽은 “결과는 참혹하지만 이 사건이 발생하는 진행경과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수많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인간들의 사회 현안의 일부”라고 맞받았다. 이 장관 쪽 윤용섭 변호사는 “그런(핼러윈) 행사에서 사람 좀 모인다고 큰사고 날 것이니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건 일반인 심정에서 조금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안부 장관이 전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일일이 알아서 사전에 대응을 해야 하나. 일방적으로 행안부에게 국가의 모든 사태를 책임지라고 하는 건 정치적 추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예견할 수 없는 참사였기 때문에 이 장관에게 사전 대응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취지다. 국회 쪽은 “사고현장 100m 거리에 파출소가, 200m 거리에 소방서가 있었고 재난 발생 전에 112·119 신고가 계속돼 충분히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한지에 대해서도 양쪽 주장은 엇갈렸다. 이 장관 쪽은 “이 장관이 법을 위반한 행위가 없고, 있더라도 직무 수행을 의도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국회 쪽은 “이 장관의 헌법 및 법률 위반이 헌법상 책무를 져버린 것이므로 중대하다”고 맞섰다.
헌재는 오는 18일 오후 2시에 한차례 더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헌재는 위법 여부뿐 아니라 위법의 중대성까지 입증되어야 고위공직자의 탄핵을 결정해왔다. 본격적인 재판에서 위법의 중대성 여부를 두고 양쪽이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인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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