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납치 후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3명이 긴급 체포된 가운데, 31일 오후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대전 대덕구 대청호 인근 야산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주택가에서 발생한 납치·살인 사건은 피의자들이 피해자의 재산을 노려 공모한 계획범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피의자들이 범행하기 약 2~3개월 전부터 피해자의 가상화폐(암호화폐) 등을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범행 일체를 시인한 피의자 ㄱ(30·무직)씨의 진술을 토대로 피의자들에게 강도살인, 사체유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ㄱ씨는 자신의 채무 약 3600만원을 과거 배달대행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공범 ㄴ(36·주류회사 직원)씨가 대신 갚아준다고 접근해 범행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두 사람은 지난 29일 밤 11시46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피해자인 40대 여성을 납치한 뒤, 피해자를 살해하고 이튿날인 30일 새벽 6시께 전후로 주검을 대전시 대청댐 인근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렌터카와 택시를 갈아타는 방식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했던 이들은 하루 지난 뒤인 31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소재 지하철역과 모텔에서 각각 체포됐다.
이들은 범행 전날 밤, 서울로 미리 올라와 범행을 준비했다. ㄱ씨와 ㄴ씨는 범행 당일인 29일 오후 4시께부터 피해자 사무실 인근에 도착해 대기하다가, 피해자가 퇴근한 오후 7시께부터 피해자를 미행해 자택 인근에서 납치했다. 경찰은 이들의 범행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추가 공범인 ㄷ(35·법률사무소 직원)씨를 강남구 논현동 인근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납치·살해에 가담한 두 피의자의 통화 내용을 분석해 ㄷ씨를 특정했다.
ㄴ씨와 ㄷ씨는 대학 동창으로 ㄱ씨는 ㄴ씨의 소개로 알았다. 범행 대상자는 ㄷ씨가 선정했고, 범행에 사용된 도구도 그가 제공했다고 ㄱ씨는 진술했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두 피의자는 피해자를 몰랐다”며 “추가 공범 여부나 정확한 범행 이유는 향후 수사를 통해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ㄷ씨가 현재 경찰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피해자와의 관계 여부도 향후 수사에서 밝혀질 예정이다.
범행 차량에서 발견된 범행 도구는 고무망치, 청테이프, 주사기 등이었다. 경찰은 “‘ㄴ씨가 피해자의 몸에 주사기를 놨다’라는 ㄱ씨의 진술이 있어 조사 중”이라면서도 “주사 투여액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피해자 부검결과, 경찰은 이날 “질식사가 의심된다”는 구두소견을 받았다. 향후 약독물 검출 등을 분석해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
경찰은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피의자들의 신상공개 여부도 향후 추가 수사를 진행한 뒤에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피의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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