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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네이버 지식인 할아버지’ 녹야 조광현 선생 별세

등록 2023-03-29 15:13수정 2023-03-30 02:35

2004년부터 5만 건 이상 답변
위트와 삶의 지혜 담아 인기
고인이 2018년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고인이 2018년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산타 할아버지 나이는 몇살인가요?”→“아빠 나이와 동갑입니다.”(2012년 12월24일) “어제 밤 11시쯤 자고 있는데 침대가 흔들려서 깼어요”→“그런 경우가 더러 있어요.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 피차간의 예의랍니다.”(2022년 11월10일 마지막 답변)

네이버 ‘지식인(iN)'에 ‘녹야(綠野)'라는 아이디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많은 답변을 남기며 ‘지식인 할아버지'로 불린 조광현 선생이 27일 오후 10시께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유족이 29일 전했다. 향년 87.

경기 김포에서 난 고인은 서울대 치대를 나와 1962∼1995년 서울에서 치과를 운영했다. 환갑 즈음 치과를 그만두고 2002년께 인터넷을 시작한 고인이 남긴 지식인 답변은 모두 5만3839건이나 된다. 그에게 도움을 받은 지식인 질문자도 4만7630명이다. 녹야는 넓고 푸른 들판에서 살자는 마음으로 고인이 중학생 때 직접 지은 호다. ‘하수-평민-시민-초수-중수-고수-영웅-지존-초인-식물신-바람신-물신-달신-별신-태양신-은하신-우주신-수호신-절대신' 지식인 등급 중 고인은 두 번째로 높은 ‘수호신’이었다.

고인은 전공인 치아 관련 지식이나 초등학교 입학 전에 4천자를 외웠다는 한문 실력 등 풍부한 교양을 바탕으로 여유와 위트가 넘치고, 인생의 지혜가 담긴 답변을 해서 인기를 끌었다. 2017년 2월과 2018년 10월 두 차례 시력 약화로 지식인 활동 중단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지만 아쉬워하는 팬들의 요청으로 활동을 재개하기도 했다.

다음은 <한겨레> 등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던 문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은 세뱃돈이나 한 달 용돈이 얼마 정도나 될까요?”→“그런 생각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꾸 살기가 힘들어지고 싫어집니다.” “할아버지, 제가 요즘 공부도 재미없고 지루한데 조언 좀 해주세요”→“나는 공부가 재미없고 지루한 사람한테는 할 얘기가 없습니다. 내 얘기도 지루할 테니까요.”

시력이 크게 떨어진 조광현 할아버지는 작은 글씨를 읽을 때 돋보기 두개를 겹쳐 보며 확인했다. &lt;한겨레&gt; 자료사진
시력이 크게 떨어진 조광현 할아버지는 작은 글씨를 읽을 때 돋보기 두개를 겹쳐 보며 확인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그는 한 인터뷰에서 모르는 질문을 받으면 공부해서 답변한다고 했다. “이 나이가 돼도 모르는 건 알고 싶죠. 내 공부하려고 사전도 찾아보고요. 궁금해서 스스로 알아본 건 안 잊어먹어요. 지식은 이렇게 늘려왔습니다.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다면 초등학생이어도 은인이죠. 내 선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왜 지식인에는 현명한 답을 원하는 질문이 없는가.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글이 너무 없다. 연예인 누구 예쁘지 않냐는 둥 하나같이 애들 장난 같아서 답변 달아주는 재미가 없다”(2013년 8월11일)는 지식인 글에는 이렇게 답했다. “어떻게 그런 재미없는 질문만 보셨을까. 진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질문과 답들이 많이 있어요. 열심히 찾아보세요. 옛말에 부처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음미해볼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30일 오전 6시15분. (02)3410-6915.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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