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2019년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그룹 내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조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이 파악한 조 회장의 횡령·배임액은 200억원대에 이른다. 조 회장의 범행을 도운 임원 박아무개씨도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조 회장이 회사 자금으로 개인 이사비를 대납하고, 가구 등을 사들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 회장은 또 회사 명의로 구매 또는 리스한 고급 외제차 5대를 사적으로 운용하고, 회사 소속 운전기사를 아내 전속 수행기사로 활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조 회장에게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 계열사 자금 50억원을 지인 회사에 사적으로 빌려준 혐의 등도 적용했다
한편 조 회장은 횡령 등 개인 비리와는 별개로, 그룹 내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도 받는다. 한국타이어가 2014∼2017년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타이어몰드(틀)를 시세보다 높은 875억원에 구매하는 등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조 회장은 한국프리시전웍스 지분 29.9%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국프리시전웍스는 부당지원으로 마련된 이익을 바탕으로 2016~17년 조 회장과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에게 배당금 108억원을 지급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한국프리시전웍스에 일감을 몰아주고, 부당하게 형성한 배당금 등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조 회장이 이같은 부당지원을 통해 한국타이어에 131억원의 손해(배임)를 끼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총수 일가가 지위를 남용해 회사의 사업 기회를 탈취하고, 회사 재산을 개인 재산처럼 유용한 행위를 엄단한 것”이라며 “사회적 지위·경제적 배경을 막론하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공정하게 법 집행을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향후에도 각종 공정거래 사범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11월 한국타이어와 한국프리시전웍스를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조 회장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후 검찰은 조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공정위에 조 회장의 고발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에 대해 전속 고발권을 가지고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 1월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해 한국타이어 법인과 구매담당 임원 정아무개씨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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