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둔 지난 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하는 제38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리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정부 교육정책의 기초가 되는 교육 분야 행정규칙 10건 중 3건이 성차별을 초래하거나 성별에 따른 사회·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행정규칙이 행정조직 안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성평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펴낸 ‘교육 분야 행정규칙의 성인지적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교육부 소관 행정규칙(고시·훈령·예규 등) 112건 중 29건(25.9%)이 성인지적 관점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선 항목에 포함된 내용으로는 성별에 따라 적용범위를 다르게 하거나, 사용용어 중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되는 등 9가지다. 연구진은 교육 분야 행정규칙 228건(지난해 7월 기준) 중 과태료·벌금이나 국경일 등 성별과 관련이 없는 조항을 제외한 112건을 분석했다. ‘성인지’란 사회 모든 영역에서 법령·정책·관습 등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일상 속 성차별을 감지하는 것이다.
성별에 따라 차등을 둬 달리 적용한 조항으로는 ‘생식기 장해 기준’이 있다. 현행 학교안전법에 따라 학교안전사고로 치료를 받은 학생, 교직원 등은 치료 종료 뒤에도 장해(신체적·정신적 훼손)가 남을 경우 학교안전공제회에 장해급여를 신청해 받을 수 있다. 이때 장해등급 판정 세부기준에 따라 장해등급이 정해지는데, 생식기 장해의 경우 ‘양쪽 고환을 상실한 자’와 ‘생식기의 현저한 장해’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서 남성 생식기 장해를 가리키는 전자는 장해등급이 7급(노동력 상실률 60%)인 반면, 질 협착과 같은 여성 생식기 장해를 포함하는 후자는 그보다 낮은 9급(노동력 상실률 40%)이다. 장해등급(1∼14급)이 높을수록 수령하는 장해급여액이 커지는 걸 고려하면, 성별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셈이다.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된 행정규칙도 있다.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학교 건강검진 항목과 방법 등을 규정한 고시를 보면, ‘피부병’ 검사 항목에서 ‘피지 분비가 많아지므로 여드름 여부나 정도 검사’를 받는 대상을 ‘사춘기 남자’로만 정하고 있다. 연구진은 “사춘기 여학생과 달리 남학생의 여드름 발생 빈도가 특별히 더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남녀 학생 모두 검진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연구진은 ‘대한민국 스승상 규정’(훈령)에 ‘성희롱·성폭력 범죄 전력이 있는 자’를 선발 제외 대상에 추가로 명시할 것, 학교 위생점검 항목을 정한 규정에서 여학생에게 필요한 생리용품을 화장실에 비치했는지 확인하는 조항을 추가할 것, 중·고교 특례입학(외국에서 유학했거나 국내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한 입학) 관련 규정에서 정한 제출 서류 중 하나인 ‘호적 등본’을 ‘기본 증명서’라는 용어로 변경할 것 등을 제안했다. 연구진은 “향후 교육 분야 행정규칙은 이런 성차별적 요소들을 포함하지 않고 성평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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