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국인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한국 국적 자녀를 양육하는 외국인의 국내 체류 및 취업 기회가 넓어진다.
20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한국인과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키우는 이들에 대한 차별 개선 권고에 법무부가 긍정적으로 회신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번 결정에 앞서 관련 인권위 진정이 있었다. 어학연수를 위해 한국에 체류하게 된 외국인 ㄱ씨는 한국인 남성과 교제하다가 임신했다. 그러나 유부남이었던 이 남성이 아이 양육을 거부하면서 ㄱ씨 혼자 한국에서 아이를 기르게 됐다. ㄱ씨는 안정적인 양육을 위해 결혼이민 자격의 비자를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ㄱ씨가 ‘국민과 혼인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이를 거부하고 방문동거(F-1) 비자를 내줬다.
하지만 이 비자로는 원칙적으로 취업 활동이 불가능하고 각종 사회보장제도 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ㄱ씨 홀로 자녀를 양육하는 일은 어려워지자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에 인권위는 진정을 접수하고 지난해 7월 법무부 장관에게, 대한민국 국적 자녀의 양육을 목적으로 국내에 체류하고자 하는 외국인이 안정적인 취업과 사회보장제도의 수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체류자격을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인권위에 “한국 국적의 혼외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외국인이 결혼이민(F-6) 등 다른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할 수 없는 경우에 방문동거(F-1, 취업불가) 체류자격을 부여하고, 자격 외 활동을 허가하여 취업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회신했다고 한다. 아울러 법무부는 이들에 대해 기존, 전문직종 및 계절 근로 분야 외에 단순노무 분야까지 취업 활동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이며 사회보장제도의 적용이 가능한 체류자격이 주어져야 하므로, 이에 대한 개선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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