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은 정식 출근 전·후 1시간∼3시간씩 환자 상태를 확인합니다. 여기에 야간 당직을 2번 하면 쉽게 주 80시간 근무를 넘기죠. 당직 근무를 전공의와 나눠할 의료진(입원전담의 등)이 없거나 적은 경우가 많아서 그 빈자리를 또 전공의가 메웁니다. 누군가는 당직을 서야 하니까요.”(수도권 대학병원 전공의)
전문의 수련을 받는 전공의(레지던트) 가운데 절반이 법에서 금지하는 ‘주당 80시간 초과 노동’을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흉부외과는 1주일 평균 근무 시간이 100시간을 넘어서 장시간 노동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협의회)로부터 제출받은 ‘2022 전공의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전공의들의 일주일 평균 근무시간은 77.7시간이었다. 협의회는 지난해 11월∼12월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조사에 1984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전공의의 52%가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과목별로는 흉부외과가 102.1시간으로 근무 시간이 가장 길었으며 외과(90.6시간), 신경외과(90 시간), 안과(89.1시간), 정형외과(86.8시간) 순이었다.
연속근무 상황도 심각했다. 24시간 초과 연속근무를 ‘일주일에 3일 이상’ 한다고 응답한 전공의 비율은 16.2%였으며, 과목별로는 흉부외과(42.11%), 신경외과(29%), 비뇨의학과(26.1%), 외과(24%) 순이었다. 반면 16시간 이상 근무 뒤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제공받지 못했다는 전공의는 33.9%에 달했다. 2015년 전공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제정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 법)은 전공의가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없으며, 16시간 이상의 연속 근무 뒤에는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식사도 10분 짬을 내 할만큼 휴게시간이 응급상황 등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전공의 과로는 환자 안전에도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신현영 의원은 현행 ‘전공의 법’에 연속근무 금지 규정인 36시간(응급상황시 최대 40시간)을 24시간(응급상황 시 최대 30시간)으로 줄이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 외에도, 전공의 노동시간을 줄이려면 병원의 인력 확충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과노동은 인력은 부족한데 담당한 환자 수는 많은 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전공의 실태조사를 보면, 담당 환자 수 10명 초과 비율은 전체 54.1%에 달한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의료법 시행규칙에 의사당 입원환자 수가 정해져있지만) 환자나 병상 대비 전문의 수 규정은 없어 만들 필요가 있다”며 “전문의를 확보하는 병원은 지원하고, 기준에 못미치면 제재해 병원에 ‘사람을 충원해야 한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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