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작가 이찬영(24)씨가 그린 이우영 작가 추모 그림. 이찬영씨 제공
만화 <검정 고무신> 그림을 그린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소송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 11일 세상을 등진 소식이 알려지자, 고인에 대한 추모와 함께 ‘창작자 중심의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림책 작가 심보영(41)씨는 13일 <한겨레>에 “법이 창작자의 편이 아니라는 점에서 답답했고, 인기 만화의 자리도 보전되지 못한다는 점에 참담한 마음”이라며 “억울하게 돌아가신 이 작가님의 권리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심씨는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검은색 바탕의 게시물과 함께 고인을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여전히 자리가 불안한 작가들에게 불리한 계약서가 돌아다니고 있다”며 “창작자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 한 케이(K)-문화의 자부심의 원동력은 어디서 찾아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심씨를 포함해 이 작가를 추모하는 그림 작가들의 추모 게시물이 이어졌다.
이우영 작가. 이 작가 유튜브 채널 <검정 고무신 작가 이우영> 영상 게시물 갈무리
<검정 고무신>의 한 장면을 갈무리해 추모 글을 올린 작가 지망생 고예원(22)씨도 “어릴 적 동생과 함께 보곤 했던 만화의 작가가 겪으신 비극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작가들께서 저작권이나 표절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를 접할 때마다 씁쓸하다”고 했다. 그림 작가 이찬영(24)씨도 “정말 존경했고 어린시절 추억을 만들어줘 감사드린다”며, 인스타그램에 <검정 고무신>의 주인공인 기영, 기철과 함께 서 있는 그림을 그려 올렸다.
지난 11일 인천 강화군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 작가는 저작권 분쟁으로 인한 고통을 지속해서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가는 2019년 만화 공동 저작권자들과 수익 배분 소송으로 법적 다툼을 벌였다. 지난해에는 2022년에는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개봉을 앞두고 캐릭터 대행사인 형설앤이 자신의 허락 없이 2차 저작물을 만들었다고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에스엔에스(SNS)에는 형설앤을 규탄하며 애니메이션 등을 비롯한 피겨 등 굿즈까지 불매운동하겠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저작권 분쟁의 중심이었던 영화 <극장판 검정고무신>에도 시민들이 별점 1~2점 등을 매기며, 제작사를 강하게 비난하는 관람평을 남기고 있다. 형설앤은 지난해 9월엔 입장문을 내고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우영 작가의 말은 허위 주장”이라며 “원작자와의 사업권 계약에 따라 파생 저작물 및 그에 따른 모든 이차적 사업권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1992~2006년 <소년챔프>에 연재된 <검정 고무신>은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초등학생 기영이, 중학생 기철이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만화다. 이 작가와 함께 이우진 작가가 그림을 그렸고 이영일 작가가 글을 썼다. 당시 최장수 연재 기록을 세웠던 <검정 고무신>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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