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캠(가정용 감시카메라)은 워킹맘 필수템이라 아이 낳고 2년 넘게 써왔는데, 이게 유출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두려워요.”
31개월 아이 엄마인 최아무개(34)씨는 지난 7일 아이 방과 거실 천장에 설치했던 홈캠 두 대를 모두 제거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카메라에 찍힌 환자 진료실과 탈의실 등이 외부로 유출됐다는 소식을 접한 바로 이튿날이다. 최씨는 “병원에 설치된 카메라와 집에 설치된 홈캠이 같은 아이피(IP) 카메라라는 걸 알고 바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카메라 유출 사건 이후 가정용 홈캠으로 주로 사용하는 아이피 카메라의 보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카메라가 보이면 무섭다”며 ‘렌즈 포비아’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최씨는 12일 <한겨레>에 “집 밖에서도 영상을 봐야 하기 때문에 폐쇄형 카메라가 아닌 아이피 카메라를 썼다. 아이 방에서 수유도 하고 옷도 갈아입었는데 혹시 영상이 유출되지는 않았는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최씨가 가입한 지역 맘카페에는 “해킹 당할까 무서운데 아이 때문에 꼭 필요해서 고민이다”, “집에 있을 땐 꼭 홈캠 꺼두셔야 합니다. 외출 시에만 사용하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집사’들도 두렵긴 마찬가지다. 고양이 ‘나비’를 키우는 남아무개(29)씨는 “홈캠을 설치한 지 2년째다. 고양이가 아픈 상황이라 카메라를 당장 없앨 순 없어 집에 들어오면 렌즈를 수건으로라도 덮어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홈캠 외에도 모든 영상 촬영 장치에 두려움을 느끼는 ‘렌즈 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경기 광명에 사는 직장인 이인애(33)씨는 최근 아파트 거실에 설치된 태블릿형 월패드(세대단말기)와 노트북 등 기기에 부착된 모든 카메라 렌즈에 검은 스티커를 붙여 가렸다. 이씨는 “렌즈를 보면 불안해진다. 모든 렌즈가 안 보이게 스티커를 부착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웹캠을 가리는 각종 커버 상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판매업체는 “해킹 방치 상품은 주력이 아니었는데,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 주요 온라인 쇼핑에도 입점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피 카메라가 인터넷과 연결돼 영상 유출 위험성이 높은 만큼 보안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쉽게 설정된 초기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해킹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 비밀번호를 가능한 한 어렵게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보안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는 카메라를 확인해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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