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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부 “회원 개인정보 다 내놔”…보조금 안 받는 시민단체까지 ‘탈탈’

등록 2023-03-10 06:00수정 2023-03-10 15:35

정부, 보조금 안 받는 단체까지 무차별 정보수집
성폭력 피해자·성소수자 단체 “활동 위축” 우려
행안부 “강제조사권 없어…현장서 거부권 설명”
민간단체들 “거부권 고지도 제대로 못받았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시민단체를 포함한 전국 비영리 민간단체 전수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단체 회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요구해 위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유령단체’를 걸러낸다는 명목으로 전수조사를 주도한 행정안전부는 각 단체가 회원 명단을 제출할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방자치단체에 자료제출 요구를 하달했고, 단체들에 자료제출을 ‘거부할 권리’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력을 동원한 정부가 ‘위법 논란’까지 자초하며 시민단체를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한겨레> 취재 결과, 행안부는 지난해 12월 정부에 등록된 1만5458개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하면서 지자체에 단체 회원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정보가 담긴 자료를 제출받으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뒤로 민간단체들은 소속 지자체로부터 관련 자료제출을 요구받고 있다.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과 행정조사기본법상 정부의 등록 대상이 되는 민간단체는 ‘상시 구성원 수 100명 이상, 최근 1년 이상의 공익 활동 실적’ 등의 요건이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단체에 개인정보를 요구한 것이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자체는 단체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 보조금 등을 지원받은 적 없는 민간단체도 모두 전수조사 명목으로 회원 개인정보 제출 요구를 받은 점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난해 지자체가 이메일로 전수조사 차원에서 회원 명단을 제출하라고 해서 100여명 정도 이름, 전화번호, 생년월일 앞자리까지 나온 명단을 추려서 제출했다”며 “행정력을 낭비하면서 왜 이런 조사를 하는지 의문이다. 시민단체 압박용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 및 성소수자 인권단체 등은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사회 참여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한 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관계자는 “회원 중에는 성폭력 피해자도 있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제출 못 한다. 직접 사무실에 와서 확인하라’고 했다. 이에 담당 공무원이 사무실에 와서 회원 관리 프로그램을 확인했다”고 했다. 한 성소수자 지원단체 활동가는 “회원 등록 자체만으로도 개인의 성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는데, 이런 전수조사는 소수자 단체 활동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행안부조차 개인정보 수집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행안부 민간협력과 관계자는 “회원 명단 제출 같은 경우 강제조사권이 없어 강제로 요구할 수 없다. 현장에서 충분히 제출 거부권리에 대한 설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표자나 주소가 변경돼도 등록하지 않은 단체들이 있어 이를 확인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10여곳의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한겨레>에 “거부권이 있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관련 법상 정부의 민간단체 전수조사는 강제조사 근거가 없는 임의 조사인데, 무조건 ‘회원 명단을 제출하라’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최소 범위로 적합한 조사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행정조사기본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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