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서 하루 만에 물러난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을 두고 ‘시간 끌기 소송’을 진행한 것에 대한 공분이 크다. 가해자가 전학 등의 징계에 반발해 집행정지와 소송으로 징계 처분을 늦추면, 운이 좋을 경우 깨끗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로 졸업해 대학 입시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소송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해자의 고통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 변호사 아들도 서울대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생부에 학교폭력 기록이 제대로 남은 것은 맞느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일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징계가 내려진 2018년 당시 교육부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지침을 보면,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처는 결정 즉시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정 변호사처럼 심의 결과에 불복해 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행정소송을 진행해도 기록된 처분 기록은 그대로 둔다. 가해 학생이 ‘판결 전까지 징계 조처 이행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낸 것이 받아들여져도, 기재 사항이 유지된다. 즉, ‘일단 소송을 시작하면 판결이 날 때까지 학생부에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이다.
다만 행정심판과 소송에 따라 징계 처분이 변경되거나 취소되면 그때 학생부가 수정된다. 정 변호사도 애초에 행정심판과 소송으로 징계 처분이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는 것을 노렸기보다는, 최고 수위인 강제전학 조처를 출석정지 등 보다 낮은 수위의 조처로 바꾸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 변호사 아들 정아무개씨의 강제전학 기록이 학생부에 남지 않았다는 한 매체의 보도가 나왔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정씨 쪽과 피해학생의 불복 때문에 기록이 여러 차례 수정됐다. 강원도교육청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아들 정씨가 다닌 자율형사립고는 2018년 3월22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어 정씨에 대해 전학 등의 조처를 내렸고 이를 즉시 입력했다. 이어 정씨 쪽의 재심 청구로 같은 해 5월3일 강원도교육청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서 전학 취소를 결정했고, 같은달 28일 다시 열린 학폭위에서 출석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정씨 학생부에는 전학 조처(8호)가 삭제되고 출석 정지(6호)로 수정됐다.
그러나 이후 피해 학생의 재심 요청으로 강원도청이 주관하는 강원도폭력대책지역위원회가 열려 정씨의 전학 조처가 타당하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결국 학교는 최종적으로 학생부에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 제8호에 따라 전학조치를 받음(2018.6.29.)’이라고 적었다.
이후 정씨는 1심과 2심을 거쳤고, 대법원 결정이 나오기 전인 2019년 2월 전학을 갔다. 서울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로 전학 간 그는 두달 뒤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패소했다. 지난달 26일 정 변호사는 <한겨레>에 “아들은 서울대에 정시 전형으로 합격했다. 강제전학을 갔기 때문에 (학교폭력 기록을 주요하게 반영하는) 수시로 대학에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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