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이른바 ‘김학의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그에 대한 수사 과정에 있었던 각종 잡음으로 인한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재수사 과정에서 불법출금, 수사외압, 공소장 유출 논란 등이 일면서 6건에 달하는 파생 사건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송각엽)는 23일 옛 수원지검 수사팀이 공수처를 상대로 제기한 ‘사건기록 열람등사 불허가처분 취소 소송’의 2회 변론기일을 열고, 재판부 변경에 따른 재판 갱신절차를 진행했다. 지난해 1월 소가 제기돼 8개월 만인 지난해 9월 첫 변론기일이 열렸고, 다시 5개월이 지나 2회 변론기일이 열린 것이다.
‘김학의 차관 사건’은 2006~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검사 신분이었던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3월 그가 법무부 차관에 임명되면서 이 사건이 알려졌고, 그는 임명 6일 만에 사퇴했다. 당시 검찰은 두 차례의 수사 끝에 김 전 차관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렸는데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계속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사건을 재검토했고 이후 재수사 및 기소가 이뤄졌다. 하지만 성접대 의혹은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결을 받았고 뇌물수수 혐의도 핵심 증인의 ‘검찰 사전면담’ 논란 속에 무죄가 확정됐다.
김 전 차관 사건은 이렇게 끝났지만, 재수사 과정에서부터 파생사건의 파생이 거듭되며 ‘김학의 없는 김학의 사건’만 무수해졌다. 2019년 3월 재수사를 앞두고 압박을 느낀 김 전 차관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타이로 심야 출국을 시도했는데,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불법출금’ 논란이 일었다. 수원지검 수사팀이 불법출금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일 당시, 이를 무마하기 위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두 사건은 일단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고 2심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수사무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당시 서울고검장의 공소장이 이 전 고검장에게 전달도 되기 전에 언론에 보도되면서, 공소장 유출 논란이 추가로 일었다. 이에 공수처는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을 대상으로 수사에 나섰다.
이날 있었던 ‘사건기록 열람등사 불허가처분 취소 소송’ 재판은 공수처 수사 대상이었던 옛 수원지검 수사팀이 공수처의 압수수색 과정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 중 하나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공수처의 압수수색 영장에 이 전 고검장을 재판에 넘기기 전에 이미 파견이 종료돼 원청으로 복귀한 임세진 부장검사와 김경목 검사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다며 수사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신청했다. 이를 공수처가 거부하자 행정 소송에 나선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옛 수원지검 수사팀은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위법해 이를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의 준항고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를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공수처 압수수색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준항고를 기각했다. 옛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 역시 불복해 재항고장을 냈고, 이 사건은 대법원 제3부에 배당됐다. ‘불법출금 수사외압’ 사건의 나머지 관련자인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 이현철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 등에 대한 수사도 검찰→공수처→검찰→공수처 이첩을 거쳐 다시 검찰이 수사 중이다.
‘김학의 사건’ 의혹이 말끔하게 진상규명되지 못한 대가로 수많은 파생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일 처음에 ‘김학의 사건’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계속 꼬여버린 것이 ‘사법적 낭비’를 불러 일으켰다”라고 지적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혐의점이 미미한데 수사를 받게 되면 대상자는 당연히 반발할 것”이라면서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수사 대상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마땅한 권리”라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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