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30년 간 교사로 일하며 ‘엠엔엠즈 마니아’라고 불린 메리 마틴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자신의 관. 스콧 라운드트리 제공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원하는 모습으로 장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30년 간 교사로 일했던 여성은 달콤한 사랑과 씁쓸한 이별, 약간의 유쾌함을 섞어 초콜릿 맛 장례식을 완성했다.
미국 미시시피주에 거주하는 틱톡 사용자 스콧 라운드트리(@itsmeroundtree)는 20일 자신의 계정에 “사랑하는 할머니, 이제 편히 쉬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한 영상을 게시했다. 이 영상은 할머니 장례식에서 촬영한 다섯 장의 사진으로 구성했으며, 할머니가 잠든 관과 가족사진 등이 담겨있다.
해당 영상을 시청하면 일반적인 장례식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초콜릿 브랜드 엠엔엠즈(M&M's) 마스코트 모양의 관이 가장 먼저 등장하고, 마스코트의 손 아래에는 가족들 이름이 새겨진 수십 개의 초콜릿 캔디가 얹어져 있다. 사진에 등장하는 가족들도 엠엔엠즈 마스코트 및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하고 할머니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영상에는 나오지 않지만 할머니 곁에도 엠엔엠즈의 제품이 가득 놓여있다는 게 스콧 라운드트리의 설명이다.
메리 마틴의 관 뚜껑에 얹어져있는 초콜릿 캔디. 각 초콜릿 캔디에는 가족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메리 마틴은 6명의 자녀와 57명의 손주를 남겼다. 스콧 라운드트리 제공
달콤씁쓸한 장례식이 담긴 영상은 22일 오전 10시 기준 850만명이 시청하고 10만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는 등 화제가 됐다. 이에 스콧 라운드트리는 댓글을 통해 이 장례식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할머니인 메리 마틴은 30년 동안 교사로 근무했으며, 평소 ‘엠엔엠즈 마니아’로 불렸다. 그의 제자들은 메리 마틴에게 수많은 엠엔엠즈 초콜릿과 장난감 등을 선물했고, 정년 퇴임을 할 때쯤엔 콜렉션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물건을 모았다. 메리 마틴은 자신이 가르쳤던 5000여명의 학생에게 바치는 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엠엔엠즈 관’을 직접 디자인한 뒤 아들인 톰 마틴(스콧의 외삼촌)에게 제작을 맡겼다. 톰은 수작업으로 관을 만들었고, 완성된 관은 한동안 장식품으로 사용됐다.
스콧 라운드트리(왼쪽에서 두번째)를 비롯한 메리 마틴의 가족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스콧 라운드트리 제공
이러한 이야기가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메리 마틴을 향한 애도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에 메리 마틴의 며느리이자 톰 마틴의 아내인 리사 리처드슨(@Lrich47)은 트위터에 “우리 가족 이야기에 많은 분이 마음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아들과 함께 관을 만들며 행복해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유쾌했던 어머니가 무척 그리울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인솔 기자
breez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