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시민 분향소 옆 도로에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2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2주기 추모문화제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렸다. 이날 문화제에는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시민사회 단체들이 참석해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15일 저녁 6시40분께 서울 시청역 5번 출구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인근 2개 차로에서 ‘거꾸로 가는 시절. 그리운 백기완의 불호령’ 추모문화제가 시작됐다. 주최 쪽은 추모문화제에 참사 유족들과 노동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4.16합창단의 공연으로 시작된 추모문화제에서는 장애인권리예산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이정옥씨,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차헌호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소집권자, 문정현 신부, 양규헌 백기완재단 상임이사 등이 영상으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추모했다.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유족들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제대로 된 사과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희생자 진세은씨 고모 진창희씨는 이날 무대에 올라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딨는 것인가. 카메라 앞에서만 유족을 존중하는 것이냐”며 “시청 앞 광장에 내려와 진정한 애도를 해달라. 희생자들의 영장과 위패가 있는 이 분향소 그렇게 불편한가”라고 했다. 이어 진씨는 “우리 유가족이 자발적으로 차린 이 분향소가 왜 안 된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날 오후 추모제 개최에 앞서 경찰이 광장 인근에 접이식 펜스를 치면서 유족들과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추모제 장소인 광장 서편 차로와 시청역 5번출구 인근인 분향소 앞 공간을 분리한다는 취지라고 했으나, 분향소 출입로 앞까지 펜스를 설치하면서다. 유족들 반발에 경찰은 집회 신고된 구역이 아닌 분향소 인근 펜스를 정리하기도 했다.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고통받는 현장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백기완의 불호령을 따라 같이 하겠다. 이 분향소, 뜻있는 시민과 함께 지킬 것”이라며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모두가 안전하고 올바로 잘 사는 세상. 그 노나메기 세상은 유가족과 함께 이 참혹한 현장을 지켜내는 것이 시작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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