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 검사(왼쪽)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가운데),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연합뉴스
‘별장 성폭력 의혹’이 제기됐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심야 출국을 막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재판에 넘겨진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관련 의혹 수사를 무마하려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15일 오후 2시 ‘김학의 불법출금’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비서관과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 검사는 김 전 차관 관련 수사기록을 집으로 가져가 적용된 공용서류은닉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됐지만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김 전 차관의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관련 서류를 작성한 이상, 이미 피의자 신분을 인정할 수 있어 직권남용 등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같은 재판부는 오후 3시에 뒤이어 이성윤 고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안양지청 수사팀의 진술과 석연치 않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의 대응을 보면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지만 증거를 보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다른 사정이 발견되기도 한다”고 판단했다. 또 “안양지청 지휘부에서 자체 판단에 따라 수사팀 검사들에게 수사를 하지 말 것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 등의 연락이 보다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다른 사람들의 행위가 없었더라도 이 고검장의 행위 만으로 수사 방해 결과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 전 비서관, 이 검사, 차 전 연구위원은 2019년 3월22일 김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타이로 출국하려던 상황에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를 막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고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수사하던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15일 ‘별장 성폭력 의혹’ 등을 조사하던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소환을 거부한 뒤, 같은 달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하려 했다. 김 전 차관은 공항에서 항공기 발권까지 마쳤으나, 법무부의 긴급 출금으로 결국 출국 시도는 실패했다. 서울동부지검 검사 직무대리 신분으로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돼 있던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의 심야 출국 시도를 파악하고 긴급 출금 조치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과거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다른 사건의 사건번호로 긴급 출금 요청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검사는 이후 사후 승인 요청서에 존재하지 않는 내사번호도 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었던 차 전 연구위원은 이 검사가 낸 출국금지 요청서를 다음날 사후 승인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비서관은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사실을 파악하고 차 전 연구위원과 이 검사 사이를 조율하면서 출금 과정을 주도한 혐의로 2021년 4월 재판에 넘겨졌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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