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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탄핵으로 안전공백 우려? 이상민, 참사 당일 집에 편히 있었다”

등록 2023-02-13 09:00수정 2023-02-13 17:48

희생자 형제·자매 7명 대담
이들이 광장에 나온 이유는
부모 앞에서 울 수 없어 혼자 울어
“우리가 왜 행동하는지 알아달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형제자매들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럭키소호에서 형제자매가 가진 아픔과 분향소 둘러싼 서울시와의 갈등 등에 대해 대담을 갖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태원 참사 희생자 형제자매들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럭키소호에서 형제자매가 가진 아픔과 분향소 둘러싼 서울시와의 갈등 등에 대해 대담을 갖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유족의 시간은 여전히 지난해 10월29일(참사 발생일)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세상은 이들에게 제대로 된 추모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서울시의 분향소 철거 움직임 등 ‘참사의 기억’을 지우려는 정부와 서울시의 행태에 분노한 유족들은 고통의 시간을 뒤로한 채, 서울광장으로 모이고 있다. 희생자들의 부모뿐만 아니라, 형제자매들까지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동참하는 상황이다.

지난 8일 서울시청 인근 스터디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난 희생자들의 형제·자매 7명은 모두 20∼30대로 한창 각자의 인생에 몰두할 시기지만, 휴직·퇴직을 하거나 학업과 생업을 마치고 남는 시간을 쪼개 유가족협의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유족들의 삶은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었어요. 사람들이 참사를 남의 일로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먼저 간 동생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다면 모든 걸 다 하겠죠. 그게 제 인생의 일부가 된 것 같아요.” 고 김유나씨의 언니 김유진(28)씨가 말했다.

2차 가해에 움츠러들다가도…“동생이 보고 있는데 멈추면 안 되겠다”

참사가 발생한 직후부터 시작된 희생자들을 향한 악성 댓글과 장관·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발언에 형제·자매 유족들은 움츠러들기도 했다. 갑자기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과 불안 앞에 자신의 고통을 들여다보기도 쉽지 않았다.

최휘로(33·고 최다빈 오빠) 8살 차이가 나서 딸 같은 막냇동생이었어요. 모든 걸 제가 다 알려줬어요. 동생이 제가 가르쳐주지 않은 일을 처음 한 것이 저승에 간 거예요. 장례식장엔 기자들도 많이 와서 (그들로부터) 가족을 지켜야 했고, 부모님은 남은 형제들 걱정을 많이 하셨거든요. 그래서 앞에선 울 수 없으니까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혼자 많이 울었어요.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려고 노력했어요.

최연화(27·고 최보성 누나) 저는 첫째기도 하고 동생 가는 길이 너무 힘들까 봐 안 울었거든요. 저희가 얼마나 친했는지 아니까 엄마, 아빠도 걱정하고…괜찮다고 하기 바빴던 것 같아요. 처음엔 댓글을 보고 진짜라고 믿었어요. 정부 탓을 하는 건 옳지 않다는 댓글이 지배적이었거든요. (하지만) 계속 맴돈 생각은 ‘왜 신고가 있었는데 아무도 가지 않은 거지’ 싶고, 의문이 꼬리를 물어서 나도 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진우(33·고 이주영 오빠) 유족들은 모두 슬퍼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정부는 이런 걸 고려해 유가족이 모일 수 있게 해 주고, 이 상황이 발생한 이유를 설명해줬어야 하는데 국가 애도 기간(2022년 10월30일∼11월5일)은 끝나 있고, 경찰 조사도 끝났어요. 일반 시민들은 평소처럼 한 달을 온전히 보냈지만 유족들의 한 달은 하루처럼 느껴졌어요. 시간의 감각이 다른 거예요.

참사 100일에 이르기까지 유족들은 갑작스럽게 닥친 재난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지만 정부를 향한 믿음은 불신으로 바뀌고, 사건에 대한 관심도 점차 줄어드는 것을 느끼며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딸 입장에선 엄마, 아빠가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죠. (유가협 활동) 그만하자고도 얘기해 봤어요. 그런데 지한이 방에 들어가면 마음이 바뀌어요. 여기서 멈추면 안 되겠다. 세월호 때 기사 댓글도 많이 찾아봤는데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저희 부모님도 그깟 댓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희생자) 159명이 우릴 쳐다보고 있다고 말씀하세요.” 배우인 고 이지한씨의 누나 이가영(26)씨는 유가족협의회 활동에 매진하는 아버지 이종철 유가협 대표와 어머니 조미은씨를 생각하며 말했다.

이태원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경찰이 광화문광장에 차벽을 설치해 분향소 설치를 원천 차단하자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앞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을 설치한 유가족들이 영정 사진을 만지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태원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경찰이 광화문광장에 차벽을 설치해 분향소 설치를 원천 차단하자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앞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을 설치한 유가족들이 영정 사진을 만지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서울시, 15일 분향소 행정대집행 예고…“참사 책임 주체 중 하나, 이럴 수 있나”

서울시는 가족들이 참사 100일 기점 시청 광장에 세운 분향소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오는 15일로 연기하고, 가족들에게 대안 제시를 요구한 상태다. 서울시는 유족 요구에 따라 녹사평역 지하 4층을 새 추모 공간으로 제시했다고 주장하지만 가족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진우 애초 행안부 지원단은 추모공간을 공공건물에 만들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녹사평역, 용산구청 등 많은 공공건물이 있는데 왜 어렵냐’고 물으니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제안한 게 녹사평역 지하 4층이었어요. 직접 가 보니 개찰구 근처인 데다 지하철 오가는 소리가 들렸는데, 여길 제안한 건 기만으로 느껴졌어요. 일반 시민들은 추모가 끝났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좀 더 많은 분께 우리가 왜 행동하고, 말하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시청 광장으로) 왔습니다.

김유진 참사 뒤 일대일 전담공무원이 배치됐을 때도 정부는 가족들에게 합동장례식에 대한 의견을 묻지 않았고, 저희가 모여서 녹사평에 분향소를 만든다는 걸 알고 난 뒤에도 정부가 먼저 제대로 된 분향소를 마련해주지 않은 게 아쉬웠어요. 그런 뒤 분향소가 불법건축물이라며 유족을 압박하는 서울시가 (유가족과) 소통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진 않아요.

박진성(25·고 박지혜씨 동생) 서울시와 유가족들은 더는 직접 소통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저희가 원할 땐 아무 말 없던 서울시였는데, 가족들이 시청 앞에 분향소를 차리니 협상을 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어요. 서울시도 참사의 책임 주체 중 하나인데 가족들을 이렇게 대할 수 있는 건지 싶었고요.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6일 낮 서울시청 앞에서 시민분향소 물품 반입을 제한하는 서울시에 항의해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6일 낮 서울시청 앞에서 시민분향소 물품 반입을 제한하는 서울시에 항의해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전공백’ 우려하는 장관, 참사 땐 뭐 했나”

유족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이 지난 8일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고, 사건 수습 당시를 떠올리며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털어놨다.

최휘로 이 장관은 탄핵안이 가결된 날 직무 정지가 되면서 ‘국민 안전공백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냈는데, 정작 참사 당일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어요. 동생의 스마트워치를 보면 동생은 그날 밤 11시35분까지 맥박이 있었는데 당시 장관은 집에 편히 있었어요. 이번 일에 대해 장관이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정부는 장관을 지키려고 했지만 이를 비판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어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지은(28·고 송영주씨 언니) 제 동생은 ‘병원 이송 중 사망’으로 나오는데, 이태원 현장 응급 의료소에서 순천향병원으로 갔다가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거든요. 그런데 응급 의료소에서 순천향대까지 가는 구급일지가 없어요. 너무 큰 참사라 신원 확인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검을) 다른 병원으로 보낸 거예요. 중요한 걸 가장 중요한 때 하지 못한 건데, 결국 동생이 왜 그렇게 된 건지 가족들은 전혀 알 수 없게 된 거죠.

이진우 저희는 정부에 공식적인 설명을 굉장히 많이 요청했어요. 그렇게 104일이 지날 때까지 받은 정부 답변은 행안부 이태원 참사 지원단 이름으로 구급일지 발급을 도와줄 테니 연락하라는 것, 이게 유일한 피드백이에요. 158명 중 일부라도 사망 경위가 파악됐다면 설명해 줄 수 있는데 그런 의지도 없고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투표에 앞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투표에 앞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왜 아직도 거리로 나가냐” 묻는 이들에게…“159명 희생자들 삶의 의미 위해”

추모의 시간을 지나며 ‘피로감’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고, 유족을 향한 공격은 날카롭기만 하다. 그럼에도 경찰 수사를 지켜보고, 국정조사에 참여했지만 진실을 알 수 없었던 가족들은 재난 피해자가 소외당하지 않는 진상규명을 요구한다. 이는 책임자 처벌을 넘어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도록 만들고, 안전한 사회를 통해 참사의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함이다.

송지은 이태원에 간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알잖아요. 희생자 한 명 한명이 어떤 삶을 살았던 사람들인지…분향소에 온 한 유튜버는 ‘내 딸은 교육 잘 시켜서 그런 곳 안 간다’고 말하더라고요. 그걸 듣는 부모님 마음은 어떠셨겠어요.

최연화 일반 시민과 유족들의 시간 감각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왜 슬픔을 강요당해야 하느냐’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데 온 국민이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처음엔 내 동생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데, 다 필요 없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길을 가다 죽는 나라가 돼선 안 되잖아요. 이태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좀 더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유진 피해자와 유가족, 재난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조사기구가 설치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정조사 때 국회에서 마지막 순서로 가족들 공청회를 했는데 이걸 첫 순서로 해야 했다는 의견도 나왔어요. 유족이 의문을 제시하고, 이를 조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정쟁 위주의 국정조사가 돼 버렸으니까요.

최휘로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실 때가 가장 슬퍼요. 저희는 일상이 사라졌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바라는 건 진상규명이에요. 왜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는지, 안전이 아닌 다른 가치를 선택했던 건 아닌지…재발방지책을 마련하려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확히 밝혀져야죠. 유가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 역시 대한민국에서 비슷한 사고로 목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동생이 겪은 일에 의미가 있으려면 다신 이런 일이 생기면 안 되고, 또 지금의 일들이 잊히면 안 되기에 목소리를 내 보려고 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회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에서 분향소 철거를 예고한 서울시를 규탄하는 동안 참석자들이 국화와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회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에서 분향소 철거를 예고한 서울시를 규탄하는 동안 참석자들이 국화와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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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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