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회장이 지난해 9월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사기·유사수신행위법 위반 관련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 사태’ 핵심 피고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징역 3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1조6000억원 규모의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을 넘긴 뒤 나온 1심 선고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는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769억3540만원의 추징명령도 내렸다. 횡령 공범으로 김아무개 전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징역 40년을, 김 전 사내이사에게는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전 회장과 공범인 김 전 사내이사의 혐의를 나열하는 데만 약 50분을 할애했다. 하늘색 수의를 입은 김 전 회장은 재판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재판부는 검찰이 김 전 회장에게 적용한 20개의 혐의 중 무고, 업무방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 5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회장의 횡령과 사기 혐의 대부분은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횡령 및 사기 피해금액이 1258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스타모빌리티 400억7000만원, 수원여객 206억원, 재향군인상조회 377억4000만원, 스탠다드자산운용 15억원 등 회삿돈을 약 999억원 횡령했으며, 재향군인상조회를 보람상조개발에 매각하며 250억원을 챙기고, 티볼리씨앤씨에서 투자 명목으로 송금받아 9억원을 가로챘다. 재판부는 “횡령과 사기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다수의 공범에게 지시하는 등 주도적 핵심 역할을 했고, 범행들로 인한 경제적 이익의 대부분을 개인적으로 취득했다”며 “스타모빌리티는 이 사건으로 회생 절차가 진행되고 회사 주식 거래가 정지돼 투자자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고향 친구인 김아무개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뇌물을 건네 금융감독원 내부 문건을 빼돌리고,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며 돈을 준 혐의(배임증재) 등도 인정됐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등 공범 3명의 도피를 도운 범인도피죄도 인정됐다. 김봉현 자신도 지난해 결심공판을 앞두고 보석조건으로 착용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점도 양형에 고려됐다. 재판부는 “자신의 형사책임을 부당하게 회피하려고 하는 등 진지한 반성의 기미를 전혀 찾아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이 다종다양하고, 그 횟수와 태양, 피고인 수와 피해 규모에 비춰 죄책이 무거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며 수원여객과 재향군인상조회 자금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사내이사에 대해서는 “주로 김봉현의 지시에 따라 실무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범행에 가담했고, 직접 취득한 개인적 이익이 없다는 점 등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그러나 범행으로 피해 회사 3곳의 피해액이 549억원에 달하는 사정을 종합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2018∼2020년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스타모빌리티와 수원여객, 재향군인상조회 자금을 횡령하고 정치권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2020년 5월 구속 기소됐다. 그는 2021년 7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지난해 11월11일 결심공판이 열리는 날 보석조건으로 착용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그러다 도주 48일 만인 지난해 12월29일
경기도 화성의 한 아파트에서 붙잡혔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