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오른쪽)이 9일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 의결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정사상 초유의 장관 탄핵소추가 이뤄지면서 헌법재판소가 처음으로 ‘국무위원 탄핵’에 대한 판단을 내놓게 됐다. 헌재는 과거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대통령이 아닌 공무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법 위반으로도 파면될 수 있다”고 밝혀, 이 장관 탄핵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 국무위원 등의 탄핵사유는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다. 헌재는 2004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처음으로 밝혔다. 당시 헌재는 “직무 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 위반을 이유로 파면해야 한다면 이는 법익형량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한 자격을 상실한 경우”를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정의했다.
이 기준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한 법 위반’은 첫 법관탄핵 사건이었던 임성근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사건에서도 기준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당시 사건은 재판관 다수의견에 따라 각하(청구가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심리로 나아가지 않고 청구를 배척하는 것)됐지만, 세 명의 소수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중대한 법 위반인지를 살펴본 뒤 파면 의견을 냈다. 한 재경지법의 판사는 “직을 파면하는 탄핵심판 특성상 헌법과 법률위반의 중대성은 대통령뿐 아니라 장관 탄핵심판에도 당연히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른 국무위원의 지위가 쟁점이 될 거라 본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라는 막중한 지위에 있고 국민의 선거에 의해 선출됐다는 점에서 다른 탄핵대상 공무원과는 정치적 비중에 있어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 이는 ‘파면의 효과’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차이로 나타난다”며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공직자의 경우 파면 결정으로 인한 효과가 일반적으로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미한 법 위반행위에 의해서도 파면이 정당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한 바 있다.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대통령의 파면에 대해 사법기관인 헌재가 제한적으로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선거로 뽑히지도 않았고 대통령보다 파면의 파급력이 떨어지는 장관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파면 기준이 낮다고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전직 헌재 연구관은 “다른 공무원들에 대한 탄핵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보다 상대적으로 더 경미한 사유로도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다만 반드시 이 사안에서 탄핵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결론을 속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날 오전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하고 심리에 들어갔다. 관련법에 따라 헌재는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최대 180일까지 심리할 수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정 혼란 최소화 등을 위해 헌재가 180일을 채우지 않고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63일 만에 기각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92일 만에 파면 결정을 했다. 한 헌법재판 전문 변호사는 “탄핵 소추로 장관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라 헌재가 가급적 빨리 결정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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