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질서유지선이 설치된 대통령 집무실 일대. 연합뉴스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에 경찰이 불복하면서 항소를 제기하기로 했다. 법원이 가처분 성격의 집행정지 신청건에 이어 1심 본안 소송에서도 ‘관저와 집무실은 다르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상급심에서 다시 다퉈본다는 것이다.
31일 서울경찰청은 앞서 참여연대가 서울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낸 옥외집회금지 통고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집시법)상 ‘대통령 관저’의 범위에 대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항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대통령실을 집시법상 집회 금지 장소인 ‘대통령 관저’로 볼 수 있다며 지난 5월 집무실 이전한 뒤 주변 집회를 금지·제한해왔다.
그러나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용산 대통령실을 집회금지 장소에 해당하는 ‘관저’로 볼 수 없다며, 이곳에서 집회를 금지한 경찰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청은 이날 “1심 재판부는 ‘관저’의 사전적 의미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이는데, 법조계 내에서도 입법 취지 및 연혁적 해석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도 관저 앞 100m 이내 집회 금지 위헌 여부를 판단하면서 관저를 ‘대통령과 그 가족의 주거용 공간’으로 좁게 해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위험 상황이 없는 집회까지 관저 앞이란 이유로 모두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헌재 판단의 핵심은 관저 앞 모든 집회를 불허하는 건 위헌적이라는 것이고, 경찰도 그에 따른 조처를 취했다”며 “헌재 판단과 별개로 과거 청와대는 관저와 집무실이 함께 있었지만, 용산 집무실 이전으로 사정 변경이 있었기 때문에 관저의 개념에 대해 상급심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이태원 참사 집중추모주간을 맞은 유가족협의회는 대통령실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열려고 했지만 경찰 저지로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경찰은 경호상 이유 등으로 대통령실 앞 도로가 아닌 맞은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각종 집회·시위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 “참사 당일 애타게 불러도 오지 않던 경찰이다. 그런데 유가족들의 항의를 가로막기 위해서는 수십명의 경찰이 일사불란하게 모였다”며 “대통령에 대한 유가족들의 항의를 가로막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찰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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