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남성을 대문 앞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입건된 지구대 경찰관들과 관련해 경찰 내부에서 “주취자 이불 덮어주는 게 경찰 업무냐”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에게 적용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실제 입증될지를 두고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미아지구대 소속 ㄱ경사와 ㄴ경장 관련 사건을 강북경찰서로부터 이첩받았다고 31일 밝혔다. 소속 경찰관에 대한 수사는 해당 경찰서에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접 경찰서로 넘기게 된다.
ㄱ경사 등은 지난해 11월 술에 취한 60대 남성 ㄷ씨를 귀가 조처하던 도중 주택 계단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부검 결과 ㄷ씨는 저체온증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8도로 한파경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현장 지역경찰 중심으로 입건에 반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청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전날 밤 “어느 나라 경찰관이 술 취한 인간들을 집까지 편히 모셔다주나. 길거리에서 자고 있는 사람 깨우면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하고 침 뱉고 토하는데 차에 태워 집까지 가 이불까지 덮어주고 나와야 하나”라며 “집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주취자와 실강이하는 긴 시간은 다른 신고 출동을 마비시킨다. 경찰관의 선처를 부탁한다”고 적었다.
전북청의 한 파출소 소속 경찰관도 “이제 경찰관서가 모든 주취자, 노숙인, 행려자들의 휴게실화·숙박시설화가 될 것 같다. 경찰관의 보호조치와 한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 직무에 대한 법 어디를 봐도 술취한 사람의 귀가를 경찰의 직무로 한다는 건 없다”, “각 지자체마다 종합 보호시설 설치를 해야 한다”는 등 주취자의 귀가는 경찰의 업무가 아니라는 글도 쏟아졌다.
경찰에게 적용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입증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전문가들도 입장이 엇갈린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의 주취자를 한파에 대문 앞에 방치한다면, 사망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 힘든 점에서 예견가능성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건 타당해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지 못할 상황이었다면 법에 나온대로 보건의료기관에 도움을 구하거나 경찰관서 등에서 24시간 보호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관직무집행법 4조에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조치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 것이다. 실제 2019년 서울중앙지법은 취객이 쓰러져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괜찮다”는 말에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뒤 숨진 데 대해 국가가 9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실제 법적 처벌까지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적으로는 집 앞까지 데려다주면 경찰관의 보호 임무는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추가 보호나 구조가 필요했는지는 당시 사망자의 상태 등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예견 가능성과 인과관계가 명확히 인정되지 않는다면 무죄가 나올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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