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매체 <시민언론 민들레> 누리집 갈무리
경찰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누리집에 게시한 인터넷 매체 <시민언론 민들레>(민들레)를 26일 압수수색하고 있다.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과는 별개로, 언론의 보도 활동에 대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는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8시40분께 서울 마포구 공덕동 민들레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사망자들의 명단과 유족 연락처 등을 제공한 공공기관 근무자와 정보를 받은 <시민언론 더탐사>(더탐사) 및 민들레 직원이 모두 ‘성명불상의 피의자’로 적혔다. 성명불상의 공공기관 근무자는 공무 수행 중 알게 된 정보를 더탐사와 민들레 직원에게 제공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공무상기밀누설)를 받는다. 더탐사와 민들레 직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기사를 작성한 민들레 대표이사에게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받은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가 적용됐다.
민들레는 “부당한 압수수색에 응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민들레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희생자 명단 공개는 참사의 발생과 이후 대응 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무능과 부실, 나아가 은폐에 대한 긴급행동적 보도행위였다”며 “명단 외에 다른 어떤 정보도 갖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경찰이 알면서 압수수색에 나선 건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누구를 위한 보여주기인가”라고 경찰을 비판했다. 민들레 사무실 앞에는 몇몇 시민들이 몰려와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번 압수수색을 두고 언론의 취재와 보도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희생자 명단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언론윤리와 관련해 공론장에서 논의돼야 할 사항이지, 압수수색 같이 형사적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취재원이 특정될 수 있는 만큼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하고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언론사의 취재 행위에 대한 대부분의 압수수색은 영장이 발부됐음에도 ‘언론 탄압’이라는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민들레가 공개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서울시에서 유출된 단서를 잡고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일에는 서울시 정보시스템담당관 시스템혁신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내부 정보 송수신 내역 등 전산 자료를 압수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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