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의 시세가 해외 거래소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거액의 외화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 나욱진)와 서울본부세관 조사2국(국장 이민근)은 18일 ‘불법 해외송금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수사에 착수한 합동수사팀은 지금 까지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4개 조직원 20명(구속 11명·불구속 9명 ) 을 재판에 넘기고 , 해외도주한 1명을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
이들은 허위 증빙서류를 은행에 제출해 무역대금이라고 속인 뒤, 해외 업체 계좌로 외화를 송금했다. 이후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구입해 상대적으로 시세가 높은 국내 거래소로 전송했고,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해 가상자산을 3∼5% 높은 가격에 매각한 뒤 차익을 남겼다. 남은 돈은 다시 해외로 보내 같은 수법으로 수익을 취득했다.
합동수사팀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총책이 실시간 변동되는 가상자산 시세에 맞춰 해외 송금 시점을 정해주면, 국내외 포진해있던 관리책·연락책·수거책 등 조직원들이 ‘해외송금→가상자산 해외 구입→국내 반입 후 매각→수익 배분’ 등 단계적으로 범행을 펼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같은 방식으로 이들이 해외로 빼돌린 외화 규모는 약 4조3000억원에 이르고, 약 1200∼2100억원 상당의 이익을 나눠 가졌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확인된 범죄수익 131억원에 대한 몰수·추징보전 절차가 진행 중이고, 향후 수사를 통해 범죄수익 액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예를 들어 100억원의 자금이 100번을 순환하면 해외 송금 규모는 1조원이 되는 구조다. 회전거래 반복 횟수가 많을수록, 해외 송금에 따른 불법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라며 “해외로 송금된 불법 자금 중 일부가 보이스피싱 등 범죄와 연결된 정황을 발견해 자금 추적도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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