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26일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가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압수수색의 적법성 여부가 다시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원심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원심 결정 일부를 파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손 검사가 공수처 압수수색에 대한 법원 결정에 불복해 낸 재항고 사건에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낸다고 12일 결정했다.
손 검사는 2021년 9월~11월 사이 공수처 검사가 자신에 대해 실시한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며 준항고(검사 등의 처분에 대해 법원에 취소를 청구하는 것)를 냈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사용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의 쪽지·메신저 내역과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의 판결문 검색조회 부분, 컴퓨터 저장장치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손 검사는 “이 기간에 실시된 모든 압수수색은 피의자(손 검사)에 대한 통지 절차를 거치지 않아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으므로 모두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손 검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일부 압수수색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실시해 공수처에 넘긴 것인데 손 검사는 공수처의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했고, ‘이 기간에 실시된 모든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는 게 어떤 압수물을 말하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손 검사가 ‘2021년 11월 컴퓨터 저장장치에 대한 공수처의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 검사와 변호인의 참여권이 보장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손 검사가 수사기관이나 압수수색 처분을 제대로 특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청구를 기각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준항고인(손 검사)이 참여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 처분에 불복하는 경우 준항고인으로서는 불복하는 압수수색 처분을 특정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준항고인에게 불복하는 압수수색 처분을 개별적, 구체적으로 특정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압수수색을 한 수사기관과 준항고에 기재된 수사기관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도 준항고인에게 보정을 요구하는 등 절차를 거쳐 압수수색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를 충실히 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이 손 검사의 준항고에 대해 미흡한 부분을 명확히 하라고 요청한 뒤 압수수색의 적법성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 저장장치 압수수색이 적법했다는 원심의 판단은 대법원에서도 유지됐다.
대법원의 이날 결정에 따라 손 검사에 대한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적법했는지는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손 검사는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고자 고발장을 작성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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