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과 신도림역을 잇는 도림보도육교가 내려앉아 진입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영등포구의 한 육교가 ‘엿가락’처럼 휘어지자, 서울시가 각 구청에 모든 육교에 대해 안전점검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개로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은 임시편성(TF)팀을 꾸려 오는 2월까지 보도육교가 내려 앉은 경위를 조사하기로 했다.
9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시는 지난 3일 도림보도육교 가운데가 내려앉은 일이 발생한 뒤로 각 구청에 “구청이 관리하는 보도육교를 전부 점검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서울 시내 보도육교는 모두 153개다. 이 가운데 도림보도육교와 유사한 형태인 ‘아치형 보도육교’ 12개에 대해선 전문가를 대동한 정밀점검을 요청했다.
다만 이번 대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림보도육교는 지난해 10월~12월 사이 ‘시설물 하반기 정기안전점검’을 받았으나, 부실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때 도림보도육교는 ‘이상 없음’을 뜻하는 에이(A)등급을 받았다. 구청이 진행하는 점검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에 내려 앉은 육교 등과 비슷한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이 전문가의 육안 검사에 그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시설안전과 관계자는 “‘안전진단’은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을 찍듯이 기계를 사용해서 정밀하게 살펴보는 건데, 이 육교는 전문가가 육안으로 판단하는 점검이 이뤄졌다”며 “눈으로 못 본 결함이 있었을 수 있다”고 했다. 안전진단 관련 업계 관계자도 “의사가 환자에 (정밀검사 없이) 청진기만 댄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안전점검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안전진단도 한다는 방침이다.
안전점검 관련 예산도 적은 편이다. 영등포구청은 지난해 관련 시설물 점검 예산 1250만원을 편성했지만, 구청이 관리하는 37개 3종 시설물을 모두 점검하는 데 쓰였다. 단순 계산으로 시설 하나당 고작 약 34만원을 쓴 셈이다. 3종 시설물은 1~2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시설물로,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지정·고시된 시설물을 가리킨다. 영등포구청 도로과 관계자는 “도림보도육교는 그중 가장 큰 시설물이고 나머지는 규모가 작다”며 “이 예산으로 충분히 점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국토부 산하 안전전문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은 최근 7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임시편성 팀을 꾸려 오는 2월까지 도면설계도 등을 참고해 이 보도육교가 내려앉은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 과정에서 시설물 안전점검 제도의 빈틈이 있었는지, 이 보도육교만 특수한 경우였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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