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지난 3일 오전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의 열차 탑승을 저지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선전전과 관련해 경찰이 열차 승차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고 제지하는 등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법집행기관인 경찰이 위법 여부에 대한 자체 판단을 하지 않고 서울교통공사 지침을 따르겠다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 6일 경찰청 경비국장 주재 내부 회의를 열어 전장연 지하철 탑승 선전전 관련 현장 조처 방안 등을 논의했다. 경찰청 고위급 간부들이 참여한 이 회의에서 전장연의 열차 승차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고 제지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은
앞서 지난 2일과 3일 휠체어 장애인들과 전장연 활동가들이 열차에 탑승하지 못하도록 승강장을 봉쇄한 바 있다.
경찰은 전장연의 불법행위가 지속될 경우 강제퇴거조처를 하는 등 단계별 추가 조처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또 집회 현장에서 발생하는 경찰관 폭행 등 공무집행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현장 검거하겠다는 내용도 회의에서 언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이번 대응의 법적 근거로 내세운 건 철도안전법이다. 50조에서는 철도종사자의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아니하거나 직무 집행을 방해하는 사람은 열차 밖 등으로 퇴거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철도안전법 등을 위반한 경우 퇴거 조처를 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퇴거 조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9월28일 경찰청에 “장애인들의 집회·시위 등에 있어서는 비장애인들의 집회·시위 등과는 달리 사고 발생 시 장애로 인해 부상의 위험성이 커지는 등의 신체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으므로 공권력 사용 시 더욱 신중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경찰은 서울교통공사의 결정에 따라 경력만 지원하는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독단적으로 전장연을 강제퇴거나 탑승 차단을 한다는 게 아니다. 공사가 결정을 하고 지원 요청을 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개념”이라며 “역사 안은 공사의 시설이기 때문에 공사가 1차 조처를 하는 것이고 경찰은 협조, 지원을 하는 것뿐”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 폭행이 발생하는 경우 현장에서 검거하는 것은 어느 집회·시위 현장에서도 할 수 있는 당연한 조처”라고 덧붙였다.
전장연은 탈시설,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예산 등을 포함한 올해 장애인권리예산을 지난해보다 1조3044억원 늘리라고 요구하며 지하철 탑승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법원은 지난달 사실상 서울교통공사 쪽 손을 들어주면서도 ‘5분 이내 탑승’을 허용하는 조정안을 내놓지만, 서울시가 거부했다. 서울교통공사와 서울경찰청은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열차 지연을 ‘가정’해 탑승 자체를 막고 있다.
전장연은 오는 9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종로구 혜화역 승강장에서 오 시장의 면담, 서울시의 법원조정안 수용,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벌일 계획이다. 다만 추경호 경제부총리나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조건으로
지난 4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열차 탑승은 중단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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