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난해 12월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피해 상황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서 빌라 283채를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사들이고 전세보증금 30억원 이상을 가로챈 ‘화곡동 빌라왕’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전세사기전담수사팀(부장 이응철)은 화곡동 일대 빌라를 사들인 뒤 임차인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혐의를 받는 임대업자 강아무개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강씨와 공모해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긴 공인중개사와 공인중개사의 동업자 등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 2015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건축주 등으로부터 집 한 채당 500만∼15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고 서울 화곡동 일대의 빌라 283채를 사들였다. 이들은 빌라 매입 대금보다 500만∼800만원 더 많은 전세보증금을 세입자한테 받는 방식으로 아무런 자기 자본 없이도 빌라를 계속 사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정상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었고, ‘보증금 돌려막기’로 연연하다 피해가 확산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8명, 피해금액은 모두 31억6800만원이다. 검찰은 고소한 피해자 18명 외에도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20∼30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로, 피해자 대부분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밖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깡통주택’(전세금이 집값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경우)을 사서 주택청약 자격을 잃게 되거나, 보증금 대출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다양한 피해가 발생했다.
앞서 서울 강서경찰서는 피해자들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지난 2020년 8월 이들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수사 기록과 법리 검토 등 보완 수사를 벌이다 지난달 23일 강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에게는 형사절차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하거나, 국토부·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피해지원센터,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가 회복될 수 있도록 안내·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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