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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무정차·장시간 대치…시민 불편 선택한 ‘오세훈식 관치’

등록 2023-01-03 19:18수정 2023-01-04 10:37

전장연 지하철 탑승 이틀째 저지
서울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3일 오전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의 열차 탑승을 저지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3일 오전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의 열차 탑승을 저지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공권력, 봉쇄, 저지, 몸싸움, 고립, 무정차.

새해 시작부터 휠체어 장애인을 자신의 싸움상대로 지목한 수도 서울의 오세훈 시장이 ‘연승’하고 있다. 법원이 제안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5분 이내 선전전’ 허용 조정안을 거부한 오 시장의 선택이 도리어 장시간 대치와 무정차를 유발해 시민 불편을 키우자,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로 상징되는 ‘오세훈식 관치’의 한계가 다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서울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에선 아침 8시30분께부터 6시간 동안 경찰 200여명과 휠체어 장애인 10여명 등 활동가 30여명이 대치했다. 전장연은 이날 아침 8시께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탑승해 승객들 사이에서 ‘5분 이내 선전전’을 한 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내렸다. 다른 열차로 갈아타고 다시 선전전에 나서려했지만,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경찰들이 탑승을 못하도록 승강장을 봉쇄한 것이다.

2시간 넘는 대치 끝에 공사는 열차 탑승을 허용했지만, 전장연은 “공사가 아무 근거 없이 탑승 자체를 막아섰다”며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탑승을 거부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안전발판이 필요해서 공사 쪽에 요구했는데 이걸 열차 지연이라고 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어린아이와 노인 등 비장애인 교통약자도 종종 발이 빠지곤 하는 승강장과 열차 사이 틈은 바퀴에 의지하는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큰 위협이다. 바퀴가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역사에는 이동식 안전발판이 비치돼 있다. 발판을 폈다가 접는데 걸리는 시간은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를 비롯한 활동가 10여명도 오전 9시40분께 삼각지역에서 4호선 열차에 탑승해 서울역·신용산역 등을 오가며 선전전을 벌였다. 공사는 이들의 승하차는 막지 않았다. 전날 삼각지역 지하 환승장에선 경찰 600여명이 13시간에 걸쳐 장애인의 열차 탑승을 원천 봉쇄했다. 또 탑승을 막겠다며 13차례나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다. 승하차를 못하는 등 불편을 겪은 시민 민원 108건이 공사 고객센터에 접수됐다.

전장연은 탈시설,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예산 등을 포함한 올해 장애인권리예산을 지난해보다 1조3044억원 늘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에는 그동안 요구해 온 장애인권리예산의 0.8%(106억원)만 반영됐다. 전장연은 “근로지원인 예산 말고는 증액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2일부터 지하철 선전전을 재개했다.

법원은 지난달 사실상 서울교통공사 쪽 손을 들어주면서도 ‘5분 이내 탑승’을 허용하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장애인 이동권 요구 시위 자체를 전면 봉쇄할 근거나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법원 조정안을 두고 “판사가 오히려 법치를 파괴했다”며 거부했고, 이에 따라 서울교통공사와 서울경찰은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열차 지연을 ‘가정’해 탑승 자체를 막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1년 서울 서소문 시청 별관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1년 서울 서소문 시청 별관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장연은 “오세훈 시장이 관치 폭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화물연대 파업 강경 대응이 보수진영에서 호응을 얻자 ‘윤석열 따라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오 시장의 이런 강경 대응을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강행과 겹쳐서 본다. 그는 당시 시대의 보편 기준으로 떠오른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몰아세우며 반대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내 강경 보수 목소리를 대변했다가, 결국 투표율 미달로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전날 삼각지역 봉쇄 현장을 찾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법원이 내놓은 강제조정안까지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전장연은 대통령실이 인접한 삼각지역을 중심으로 4호선 선전전을 매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이 이뤄지면 선전전을 유보하겠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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