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30만원씩 중학교에 장학금 1004호실은 ‘빈방’ 정체 아리송
이영렬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은 8일 1004호실에 사는 ‘천사’의 정체를 밝히려 했으나 도무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1004호실은 조사할 때나 가끔 이용하는 빈방”이라며 “남몰래 중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찾으려 했으나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1004호실에 사는 천사’를 찾으러 나선 것은 지난달 말께 서울 도봉구 ㅊ중학교를 졸업한 이아무개(16)양과 김아무개(16)군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004호실’ 앞으로 장학금을 보내준 데 대한 감사 편지를 보내오면서부터다.
이양은 편지에서 “2학년 초 어느날 담임선생님께서 저를 추천해 주셔서 장학금을 받게 됐습니다. 어떤 분들이 주시는지도 몰랐는데 졸업을 하루 앞둔 오늘에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004호실’ 분들께서 장학금을 주신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양은 “엄마와 언니, 이렇게 셋이서 살고 있는데 엄마 혼자 버시는 것이 안타깝고 한편으로 죄송했는데 고마우신 분들께서 장학금을 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라며 “처음에는 ‘1004’호를 ‘천사’로 잘못 들었는데,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서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갖든 많은 사람을 돕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김군도 “고등학교에 가서도 검사님들 도움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제가 커서 어른이 됐을 때 검사님들처럼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살겠습니다”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렇지만 서울중앙지검 1004호실은 빈방이었고, 편지를 받아야 할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ㅊ중학교 쪽은 “검찰에서 2003년 이후 매달 30만원씩을 보내 학생 3명에게 분기당 3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했다”며 “검사인지 검찰 직원인지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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