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특조위원들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조사에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이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구속영장에 대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의 생존·구조 시간 등을 특정해달라고 경찰에 사실상 전수조사에 준하는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검찰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요구한다고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29일 언론 브리핑에서 “최 서장의 구조상 과실과 피해자들의 사망 간 인과관계와 관련해 피해자 158명의 최종 생존·구조 시간, 구조 후 방치시간 등을 특정해달라는 보완수사 요구는 일부 피해자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이 부분에 대한 공통된 의견 갖고 있음에도 보완수사 요구에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본은 이러한 검사 보완수사 요구에 대해 상당 부분 납득할 수 없다는 점 말씀드리며 최대한 신속히 새로운 보완수사 요구 사항에 대해 수사한 후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서부지검은 구조 지휘 지연이 인명피해를 키우는 데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등을 입증할 사실 관계 보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최 서장에 대한 구속영장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특수본이 피해자 158명의 사망 시간 등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최 서장 불구속 송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 대변인은 “(불구속 송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사가 청구 안 해주면 불구속해야 한다”며 “결국 구속영장은 범죄 혐의 상당성과 구속 사유가 아시다시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어야 영장이 발부된다. 이 두 가지 요인에 대해 각자 수사기관과 법원이 서로 눈높이가 다른 것 같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검찰이 최 서장 신병 확보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 책임을 강조하고 소방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가 검찰의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검찰이 영장 의지가 없지만 보완수사를 요청하면 경찰 부실 수사 책임으로 돌릴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 서장은 참사 당일 현장에 도착한 밤 10시30분부터 지휘를 선언한 11시8분까지 별다른 지휘를 하지 않고, 지휘 선언 이후에도 적절한 대응 발령 단계 발령과 응급환자 분류·이송 지시 등을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특수본은 최 서장의 부적절한 현장 지휘가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서장은 30여분간 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 <한겨레>에 “용산지휘팀장에게 차량 후면 이동, 경찰 인력 추가 요청 등 구두지시 한 게 6가지가 있다. 서장이 나오면 바로 처음에 지휘권을 선언하는 게 아니고 전체적인 상황을 본 뒤에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휘 선언과 동시에 대응 3단계를 발령했어야 했다는 지적엔 “현장 지휘에 집중하느라 못 걸어서 본부장이 바로 한 것”이라며 “대응 1∼3단계는 지휘팀장, 선착대 진압대장, 본부장 등 누구나 걸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특수본은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과 엄준욱 119종합상황실장, 직원 1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행안부 산하 소방청 긴급통제단 운영과 관련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거나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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