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2월10일 서울동부구치소 수감 도중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50여일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원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특별사면 대상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대상자 직책, 죄질, 형량 등이 사면 명분으로 내세운 ‘국민 대통합’ 기준에 맞는 것인지를 두고 정치권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수정권 시절 국가기관을 동원한 중범죄를 저지른 여권 인사를 대거 사면·복권하면서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볍거나 옥살이가 끝나가는 야권 인사 몇몇을 끼워넣은 ‘들러리 통합’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윤 대통령은 오는 27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23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심사·보고한 사면 대상자를 최종 확정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면 대상자 상당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고위 공직자들로 알려졌다. 전직 대통령, 대통령 비서실장, 민정수석, 정무수석, 국가정보원장 등 이들 주요 사면 대상자 9명의 형량을 합하면 50년6개월에 달한다.
특사 대상에 포함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뇌물·횡령 등 혐의로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박근혜씨와 달리 개인비리라는 점에서 죄질이 더 나쁘다는 평가다. 지난 6월부터 형 집행이 정지된 상태로, 구속 기간은 950여일(형 집행률 15.5%)에 불과하다. 사면이 확정되면 남은 14년6개월을 면제받게 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조직을 동원해 대선 여론조작을 지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다른 범죄사실을 포함해 모두 징역 14년2개월이 확정됐지만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형 집행률은 절반이 조금 넘는 50.5%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챙겨 징역 5년이 확정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3월 가석방), 박근혜씨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남재준(징역 5년), 이병기(징역 3년), 이병호(징역 3년6개월) 전 국정원장, 보수단체만 골라 지원하라고 지시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징역 1년)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 국정원을 통해 공직자를 불법 사찰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징역 1년)도 사면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9명의 특사가 확정되면 윤 대통령이 검찰 재직 시절 수사 및 수사지휘에 관여한 이들 모두를 윤 대통령 손으로 다시 풀어주거나 복권시키는 셈이 된다.
반면 현재까지 특사 대상으로 거론된 야권 인사들은 직책과 범죄사실 등에서 중량감이 크게 떨어진다. 여권에서 ‘국민 대통합’ 명분으로 강조하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2017년 대선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다만 내년 5월 출소를 앞두고 있어 형 집행률이 81.9%에 이른다. 여기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뇌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횡령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입법 로비, 징역 1년), 강운태 전 광주시장(사전선거운동,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등 개인비리로 유죄가 확정된 이들이 ‘야권 균형’을 맞추기 위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지사 등 4명의 총 형량은 5년8개월에 그친다.
2019년 4월 김경수 전 지사가 서울중앙지법 열린 항소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린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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