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활동가들이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충을 요구하며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하고 나서 국회 앞으로 이동한 다음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그동안 요구해 온 장애인권리예산이 0.8%만 반영됐다며 다음 달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25일 전장연은 논평을 내어 “예산 증액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기재부)가 장애인권리예산을 거부했다”며 “전장연이 요구한 예산 중 106억원(0.8%)만 증액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장연은 내년도 장애인권리예산을 올해보다 1조3044억원 늘리라고 요구해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 공동대표는 <한겨레>에 “여야가 증액하기로 합의한 내용도 결국 기재부가 수용을 거부했다. 근로지원인 예산 말고는 증액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위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다시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전장연은 이날 논평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 시민권 보장을 외치는 전장연을 전쟁에서 승리해야 할 적대적 관계로 설정하고, ‘휴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지하철 행동을 국회 예산 이후로 미룰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휴전을 제안한 지 하루 만에 4∼5억원의 손해배상으로 협박했다”며 “2001년 1월22일 오이도역 지하철 리프트 추락 참사 이후 21년간의 외침은 22년간의 외침으로 넘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전장연은 윤석열 정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비장애인 서울시민들과 전쟁을 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휴전은 끝났다”며 “‘장애인권리예산·입법 쟁취 (1박2일) 1차 지하철 행동’을 다음 달 2∼3일 진행할 것을 먼저 알린다”고 했다.
전장연은 열차 운행을 5분 넘게 지연시키는 행위를 할 경우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법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도 다음 달 2일 밝힐 예정이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은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가 운행하는 열차와 역사 승강장 안전문 사이에 휠체어 및 기타 도구 등을 위치시켜 출입문 개폐를 방해하는 방식 등으로 열차 운행을 5분을 초과하여 지연시키는 방법의 시위를 하지 아니한다”며 “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는 서울교통공사에게 그 의무위반행위 1회당 500만원을 지급한다”고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을 내렸다.
서울교통공사에 대해서는 “지하철 전체 역사 275개 역 중 엘리베이터 동선 미확보 19개 역사의 엘리베이터를 2024년까지 설치하도록 한다”고 했다. 강제조정은 법원이 조정에 나섰으나 당사자들이 합의하지 못할 때 법원이 직권으로 내리는 결정으로,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게 되고, 한쪽이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시 재판 절차로 돌아간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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