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낮 1시 서울 종로구 인의동에 있는 한 붕어빵 노점에서 정지현(33)씨는 1000원에 2개인 붕어빵을 14개 샀다. 정씨는 “오후 출근하면서 직원들과 같이 먹을 붕어빵을 사러왔다”며 “최근 집 근처에서도 붕어빵 가게가 다 사라졌더라. 그나마 회사가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겨울 간식 ‘붕어빵’ 가게가 사라지고 있다. 붕어빵 원재료 가격이 급격히 상승해 마진율이 떨어지는 데다가, 몇년 새 노점상 단속 등이 강화된 까닭이다.
종로의 한 붕어빵 노점상은 “작년까지는 3개에 1000원이었는데 식용유 가격이 너무 올라서 안 올릴 수 없었다”고 했다. 붕어빵 노점 위치를 알려주는 앱 ‘가슴속 삼천원’을 보면, 종로구 일대 붕어빵(팥·슈크림) 가격은 대부분 2개에 1000원이다. 지난 14일 한국물가정보는 붕어빵과 호떡에 들어가는 주재료 다섯가지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5년 전보다 평균 49.2%, 지난해보다 18.4%가 올랐다고 발표했다.
22일 낮 1시께 서울 종로 인의동 붕어빵 노점에서 사장 김성기(69)씨가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 이우연 기자
노점상 단속 강화도 ‘붕어빵 실종’에 한 몫했다. 종로5가에서 70년 넘게 대를 이어 길거리 음식 기계를 팔고 있는 ‘영흥공업사’ 사장 김정훈(55)씨는 “주변 신고와 단속으로 노점 장사가 어려워지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최근 몇년간 붕어빵 가게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며 “한참 노점상 열풍이 불었을 때는 하루에도 수십개씩 전국에 붕어빵과 계란빵 기계를 팔았는데, 올해에는 단 두대를 팔았다. 이러다 부도날 지경”이라고 했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 거리가게(노점)는 2020년 6079개, 2021년 5762년, 2022년 상반기(1~6월) 5684개로 계속 줄고 있다.
붕어빵을 포기하기 어려운 이들은 ‘붕어빵 원정’에 ‘오픈런’(영업 전 줄서기)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종로 광장시장 남문에 있는 붕어빵 가게는 피자와 크림치즈가 들어간 2000원짜리 붕어를 파는데 가게가 문을 여는 낮 12시 이전부터 긴 줄이 생기고 오후 4시께 품절된다. 이날은 영업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 쉽니다’라는 안내문을 확인한 손님들은 탄식을 내뱉으며 “아, 일부러 여기까지 왔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붕어빵 팬과 믹스로 직장인 김아무개(32)씨가 직접 만든 붕어빵. 김씨 제공
직접 붕어빵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도 늘었다. 온라인몰 지(G)마켓은 올해 12월 1∼21일 붕어빵 반죽 틀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64%, 반죽용 믹스가 609%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붕어빵을 직접 만들어 먹은 김아무개(32)씨는 “요새 붕어빵을 파는 곳을 찾기도 어렵고, 찾아갔는데 영업을 안 하는 경우도 많아서 직접 만든다”며 “슈크림이나 고구마처럼 좋아하는 재료를 넣을 수도 있고, 뜨거울 때 바로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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