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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별풍선 쐈다고 곳곳에서 스토킹…BJ들, 일상이 공포다

등록 2022-12-21 06:00수정 2022-12-22 15:07

스토킹에 시달리는 BJ들에 들어보니
비제이(BJ) 서미도(활동명)씨의 집에 마련된 방송 스튜디오. 장나래 기자
비제이(BJ) 서미도(활동명)씨의 집에 마련된 방송 스튜디오. 장나래 기자

9월3일 새벽 5시18분, 비제이(BJ·인터넷 방송 진행자) 서미도(31·활동명)씨는 잠을 자다 깜짝 놀랐다. 집 현관문 도어록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와 함께 문에 달아놓은 종이 달랑거리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그 새벽에 집에 들어올 사람은 없었다. 현관 신발장 옆에는 검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남성이 서 있었다. 온몸이 굳어버린 서씨 대신 집에 있던 다른 가족이 “누구냐”고 외치자, 남자 목소리에 놀란 침입자는 “어우 씨”라는 말만 남긴 채 집 밖으로 도망쳤다. “만약 혼자 있었다면 어떤 일을 겪었을지 두려워요.” <한겨레>와 만난 서씨가 말했다.

서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야 집에 무단침입한 남성이 자신이 진행하는 아프리카티브이(TV) 방송 시청자인 ㄱ(42)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생방을 할 때마다 수시로 채팅을 남기고, 비제이 수익원인 ‘별풍선’도 수차례 쏴 서씨가 닉네임까지 정확히 알고 있는 애청자였다. 현관문 도어록을 열 수 있었던 것도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서씨 개인정보를 조합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밀번호는 서씨 생일 네 자리였다. 서씨는 “방송을 한번 켜면 서너시간씩 하다 보니 개인정보를 나도 모르게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사는 곳이 어느 역 인근인지, 생일이 언제인지는 시청자라면 금방 알 수 있다. 아무리 조심하려고 해도 수시간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개인정보가 전혀 드러나지 않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ㄱ씨는 “서씨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와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기 분당경찰서는 두달여 수사 끝에 ㄱ씨에게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ㄱ씨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압수해 스토킹처벌법 적용을 검토했지만, 이번 사건 외에는 서씨를 따라다니거나 연락을 해오는 지속적인 행위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적용하지 않았다. 서씨는 불안하다. “이사라는 게 계약기간도 있고 사정도 있어 쉽지 않은 결정인데, 왜 피해자가 도망다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서씨에게는 카메라 세팅 방법 등을 알려주겠다며 접근하거나, 한번도 본 적 없는 시청자들이 사귀자거나 스토킹 수준으로 집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친밀한 소통을 하는데다 시청자 후원과 구독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특성상 서씨는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고 했다. “별풍선을 쏘며 식사권 등 데이트를 요구하거나 닉네임을 부르며 사랑한다고 해달라, 노출 있는 야한 옷을 입어달라 등의 요구를 정말 많이 받아요. 집착을 하는 경우가 가장 골치 아픈데, 후원을 했으니 이 정도는 되겠지 하는 마음이라고 봐요.”

성희롱과 욕설 등 ‘인격 살인’도 일상이었다. “많은 시청자 앞에서 성희롱을 당해도 당사자들은 별풍선을 받았으니 표정 관리를 하라고 요구하는 거예요. 정말 표정 관리가 안됐어요.” 참다못한 서씨는 성희롱을 일삼은 시청자 4명을 경찰에 고소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견디다 못한 서씨는 결국 6개월 만에 비제이 일을 그만뒀다. 피해자인 서씨는 정작 “내가 별풍선을 받기 위해 소통을 했던 게 그들에겐 연애 감정을 유발한 것이 아닌지 괴로웠다”고 말했다.

서씨가 당한 피해는 시청자와 친밀한 소통을 하는 비제이의 약점을 이용한 대표적인 스토킹 행위다. 그러나 법적 대응은 물론 스토킹 사실을 바로 알리는 것조차 꺼리는 비제이가 많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는 ‘셀털’(셀프 신상털기)을 해야 시청자와 거리감이 좁혀지고, 더 나아가 비제이의 주요 수익인 별풍선 후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수의 비제이들의 스토킹 사건을 대리한 이인환 변호사(법무법인 제하)는 “연예인은 주로 동경의 대상으로 먼 존재처럼 느껴지지만, 비제이는 언제든지 가까이 있고 나와 다를 바 없는 존재로 인식된다. 스토커들의 범행 동기를 보면 실시간 채팅에 대한 반응으로 본인과 교감을 하는 사이라고 착각하거나 유사연애 감정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년차 비제이인 20대 김아무개씨도 이런 이유로 지난달 층마다 시시티브이(CCTV)가 설치돼 있는 오피스텔을 구해 이사했다. 방송에서 몸이 안 좋다는 얘기를 지나가듯이 하면 집 앞 문고리에 약이 걸려 있거나, 팬이라던 남성이 김씨 현관문에 귀를 대고 엿듣다가 김씨에게 걸린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집 앞 카페에서 김씨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팬도 있었다. 이들에게 집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자 “방송할 때 창문이 살짝 나온 적이 있는데 상가 상호가 보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같이 사는 가족에게 말 거는 팬도 있었다. “팬들에게 이럴 때마다 너무 무섭다고 호소했지만, ‘우리가 해를 끼치지 않고 잘해주기만 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답만 돌아왔어요. 비제이들이 이사한다는 건 방송 장비를 수천만원을 들여 다시 세팅한다는 건데, 가족들에게 피해를 더이상 주면 안 되기도 하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김씨는 현관문에 귀를 댔던 남성을 현장에서 적발해 신고한 뒤로는, 스토킹 가능성이 보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첫 신고 때 물증이 없어 무혐의로 결론 났기 때문이다. “직접 문 앞에서 시청자를 발견했지만 무혐의가 됐어요. 이미 팬들 사이에는 아무런 피해도 없으면서 팬을 신고한 파렴치범으로 소문나, 수입원인 별풍선이 많이 끊겼죠. 다른 비제이들도 문제제기를 했다가 본전도 못 건지는 경우가 많아 심각하지 않으면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김씨는 충격으로 방송을 잠시 쉰 뒤 방송을 재개했다. “그래도 저는 계속 방송을 해야 되고, 별풍선도 받아야 하니까요.”

비제이 서미도(활동명)씨가 지난 10월24일 경찰에서 제공한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채 인터뷰하고 있다. 스마트워치는 형태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경찰의 요청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했다. 장나래 기자
비제이 서미도(활동명)씨가 지난 10월24일 경찰에서 제공한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채 인터뷰하고 있다. 스마트워치는 형태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경찰의 요청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했다. 장나래 기자

장나래 이우연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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