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꾸려진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방문했지만 헌화는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장예지 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농담과 웃음, 희생자 책임을 언급하는 듯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유족과 시민사회가 꾸린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가 5분도 못 돼 자리를 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밀고들어간’ 결과다.
한 총리는 19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있는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한 총리 방문 일정을 전혀 알지 못했던 유족들은 그 자리에서 분향소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 계획이 있는지 등 그간 요구했던 사안을 물었다. 분향소 앞에 잠시 선 한 총리는 유족들 질문에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고, 헌화도 하지 않은 채 발걸음을 돌렸다. 한 총리가 머문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총리 방문에 대해 연락받은 바가 전혀 없었다. 유가족들은 공식 사과를 한 뒤에 분향을 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아무런 이야기 없이 온 총리에게 개인적으로 방문한 건지 물었지만 ‘가겠습니다’라는 말만 한 채 돌아 간 것이 전부였다”고 했다.
정작 한 총리는 합동분향소 바로 앞에서 사실상 ‘맞불 집회’ 중인 극우·보수성향 단체 신자유연대 회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한 총리는 ‘분향소에서 유족 이야기는 청취해 보았느냐’는 <한겨레> 질문에 “가족들 이야기는 다 듣고 있다”고 답한 뒤 곧바로 차에 올랐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저희 입장에선 헌화를 하러 들렀으나 (유족 반발로)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린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해 “보여주기식 조문 시도에 유감을 표한다”며 입장을 냈다. 이들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진정으로 사과와 위로를 하려고 했다면 먼저 유가족들에게 예를 갖추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적어도 공식적인 일정으로 분향소를 방문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며 “현장에 있었던 유가족들의 사과 요구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은 채 급하게 자리를 뜬 한덕수 국무총리의 모습에 더욱 큰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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