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익명 편지 서비스 ‘내 트리를 꾸며줘’ 갈무리
코로나19 확산으로 휴대전화로 열어볼 수 있는 ‘온라인 익명 편지’ 서비스가 올해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른바 ‘온라인 롤링페이퍼’로 불리는 서비스 이용자가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도 100만명을 넘기는 등 인기를 끌면서다.
19일 프로젝트팀 산타파이브는 ‘내 트리를 꾸며줘 시즌2’ 서비스가 오픈한 첫날인 지난 11일 150만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개발자 등 직장인 5명이 사이드 프로젝트(본업 외 생산적 활동)로 만든 해당 서비스는 ‘온라인판 롤링페이퍼’ 서비스다. 가입자가 자신의 트리를 만들면 지인들이 편지를 남겨 트리에 장식을 다는 방식으로, 크리스마스 당일이 돼야 편지를 열람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게 설렌다”는 에스엔에스(SNS) 상 반응과 함께 가입자 252만명, 동시 접속자가 117만명을 기록했다. 산타파이브는 올해 운영되는 서비스에서 메시지 수와 내용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트리도 더 다양하게 꾸밀 수 있도록 장식 디자인도 보강했다. 서버비·운영비를 제외한 지난해 후원과 광고 수익 전액을 기부했는데, 올해에는 후원이나 기부가 필요한 단체들을 대상으로 무료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스크린리더(화면 낭독기) 서비스도 추가했다.
대학교 웹 프로그래밍 동아리에 참가하고 있는 대학생 5명이 만든 온라인 롤링페이퍼 서비스 `진저호텔'도 인기다. 동아리 해커톤(개발 대회)을 계기로 만들어져 서비스 초반에는 별다른 홍보 없이 개발자 지인들에게만 공유됐다. 그러더니 점점 입소문을 타 가입자가 증가했고, 최근에는 11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어드벤트 캘린더(12월 1일부터 25일까지 하루에 한 개씩 선물을 확인하는 달력)’ 방식을 차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용자가 개설한 호텔에 하루에 정해진 할당량의 편지가 채워지면 호텔 창문이 하나 열리며 그날의 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채우지 못하면 크리스마스 당일이 돼야 모든 편지를 볼 수 있다. 진저호텔 쪽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두근두근한 감정과 더불어, 친구들이 보내준 편지로 호텔을 채워 추억을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제트(Z)세대가 주로 이러한 서비스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두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는 대학생 김연희(22)씨는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초에는 복사해 붙여넣은 듯한 단체 메시지들이 많이 오는데 롤링페이퍼 서비스는 나만을 위해 써준 메시지라 좋다”며 “많은 친구가 하고 있어 같이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산타파이브 소속 클로이(활동명)는 “지난해 서비스 이용자 중에는 ‘내트꾸’로 온 지인들의 메시지를 보고 ‘죽고 싶다’는 마음을 접게 됐다는 사람도 있었다”며 “누구나 마음속에 평소에 전하기 어려웠던 따뜻한 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가 인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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