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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계약갱신 기간에 바뀐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면…나가야 한다

등록 2022-12-19 06:00수정 2022-12-19 17:27

2020년 7월 계약갱신요구권 도입 뒤 대법원 첫 판단
주택 임대차 신고제, 즉 전월세신고제 시행을 하루 앞둔 2021년 5월31일 오후 세종시의 한 주민센터에 국토교통부가 배포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주택 임대차 신고제, 즉 전월세신고제 시행을 하루 앞둔 2021년 5월31일 오후 세종시의 한 주민센터에 국토교통부가 배포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주택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 뒤 집이 팔려 새 집주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했다면, 새 집주인은 법상 정해진 기간 안에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20년 7월 계약갱신요구권이 도입된 뒤 나온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임대인 ㄱ씨가 임차인 ㄴ씨를 상대로 “아파트를 인도하라”며 낸 소송에서 ㄱ씨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ㄱ씨는 2020년 7월 초 실거주할 목적으로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를 매입했다. 당시 이 집엔 ㄴ씨 등이 전 집주인 ㄷ씨와 2019년 4월~2021년 4월까지 임대차계약을 맺고 살던 중이었다. 매매계약 20여일 뒤인 그해 7월31일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종료 6개월 전~2개월 전 안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주택임차인 계약갱신요구권이 도입됐고, ㄴ씨는 계약 만료 6개월 전인 2020년 10월 초 ㄷ씨에게 2년 계약 연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ㄷ씨는 “집을 팔았다”며 계약갱신을 거절했고, 그로부터 며칠 뒤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하고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ㄱ씨도 ㄴ씨에게 “‘임대인의 실거주’라는 정당한 갱신거절 사유가 있다”며 퇴거를 요구하고 아파트 인도 소송을 냈다.

쟁점은 ㄴ씨의 계약갱신 요구가 있은 뒤 ㄱ씨가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해 새 임대인이 된 경우, 자신들의 실거주를 이유로 ㄴ씨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지였다. 원심은 ㄱ씨의 패소로 판결했다. ㄴ씨가 계약갱신을 요구할 때 ㄱ씨는 임대인의 지위에 있지 않았으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의3 1항 8호의 사유로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임대인이 실거주하려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정해진 기간 안에 계약갱신을 요구해도 거절할 수 있다’는 임대인의 갱신거절권을 담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임차주택 양수인도 실거주하려는 경우 갱신거절 사유를 주장할 수 있다”며 ㄱ씨 승소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가 “임차인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임대인의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방지하기 위해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임차인과 임대인 이익 사이에 적절한 조화를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고 봤다. 이를 바탕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의3 1항 8호의 ‘임대인’을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할 당시의 임대인만으로 제한해 해석하기 어렵고, 옛 임대인이 실거주가 필요한 새로운 임대인에게 매각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위 8호의 사유를 주장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2020년 신설된 계약갱신요구권·갱신거절권과 관련해 판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7월31일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뒤 ‘법 시행 전 실거주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주택을 매도하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어떻게 되는지’를 놓고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려왔는데, 대법원에서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임차주택의 양수인도 실거주에 따른 갱신거절 사유를 주장할 수 있다’는 법리가 처음으로 확립된 것이다.

이현복 대법원 공보연구관은 “임대주택 양수인도 종전 임대인과 별도로 독자적인 갱신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이 정당한지 여부는 갱신거절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적법한 갱신거절기간(임대차 종료 전 6개월~2개월) 안에 이뤄졌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임대인의 갱신거절권이 소멸된 이후 임대인 지위를 승계했거나, 갱신거절기간 안에 갱신거절권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는 실거주를 이유로 (주택) 인도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쟁점에 관해 상반된 하급심 판결이 다수 있었는데 이번 판결이 재판실무처리의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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