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순씨가 지난 14일 기부한 동전. 월곡1동 주민센터 제공
폐짓값이 폭락했지만 80대 노인은 올해도 어김없이 폐지를 주워 모은 돈을 기부했다.
서울 성북구청은 지난 14일 낮 1시께 주민 장선순(81)씨가 월곡1동주민센터를 찾아 18만350원을 기부했다고 15일 밝혔다. 장씨는 검은 비닐봉투와 저금통에 동전을 담아 수레로 싣고 왔다고 한다.
홀로 사는 장씨는 기초노령연금과 폐지 수집으로 모으는 돈 외에 특별한 수입은 없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5년부터 매해 겨울이면 월곡1동 주민센터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를 해왔다. 올해로 8년째다. 지난 2020년에는 116만9220원, 지난해에는 102만9820원을 기부했다.
1~2년 전만 해도 폐지 20∼30㎏을 모으면 하루 5000∼6000원을 손에 쥘 수 있었지만, 현재 종이상자 등 폐지 ㎏당 가격은 40∼50원으로,
올해 초와 견줘보면 반절 수준이다. 폐지를 주워 모은 하루 수입의 우수리를 이웃에 나누는 장씨의 기부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장씨는 “어렸을 때부터 배고픈 설움을 겪었다.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이 굶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성북구는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부를 이어온 장씨를 2019년 유공구민으로 표창하기도 했다.
서병철 월곡1동장은 “폐지 단가가 하락하고 있어서 여력에 비해서 많은 금액이라는 걸 안다”며 “한두 해도 아니고 계속 기부하시니 받는 입장에서는 죄송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기부금은 관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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