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화(27)씨의 반려묘 절미의 모습. 이씨 제공
지난 9일 직장인 이은화(27)씨는 1만2천원을 내고 3살이 된 반려묘 ‘절미’의 성격유형검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최근 몇년 새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인 엠비티아이(MBTI)처럼 네가지 기준에 따라 고양이 성격도 16개로 구분하는 검사였다. 약 130개 문항에 평소 고양이가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응답하면 고양이 성격을 분류해준다.
검사 결과는 ‘게으른 오지라퍼 천연덕스러운 선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반려인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아한다고 돼 있었다. 12일 이씨는 <한겨레>에 “고양이와 말이 통하지 않지만 행동을 이해하고 싶어 검사를 했는데, 놀이를 통해 에너지를 쏟게 하면 좋다는 대안이 나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하면서 장난감과 옷, 사료 등의 고급화뿐만 아니라 동물판 엠비티아이와 같은 무형의 심리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동통신사 엘지유플러스는 지난 7월 반려견 훈련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회원 가입 때 강아지 성격유형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댕비티아이’(댕댕이+엠비티아이)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사이에서 화제가 돼 지난달까지 등록된 반려견 수만 10만마리를 넘었다. 과거 수험생 집중력 향상 기기를 판매한 엠씨스퀘어는 지난달 반려동물의 정서 안정을 위한 기기를 출시하기도 했다.
2살 반려견 ‘유자’를 키우는 서울 마포구 주민 김아무개(45)씨도 ‘댕비티아이’ 검사를 해봤다. 김씨는 “주양육자인 제가 검사했을 때에는 ‘허세부리는 탐험가’라고 나왔는데,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가 했을 때엔 ‘강아지계의 유재석’이라고 다르게 나왔다”며 “평소 얼마나 잘 관찰하는지에 따라 결과도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서비스가 또 다른 ‘상술’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반려묘 두마리를 키우는 이아무개(34)씨는 “가족인 반려동물을 위해 구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뭐든 해주고 싶은 ‘집사’의 마음을 업체들이 이용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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