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박종철 열사 33주기 추모식 열린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970년대 한국민주투쟁국민위원회(민투)와 민주구국학생연맹(민학련) 사건에서 당시 치안본부의 불법 구금과 고문, 가혹행위를 확인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재심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열린 제46차 위원회에서 민투·민학련 관련자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사건은 1970년대 유신체제 아래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목적으로 결성된 민투·민학련이 반국가단체로 규정돼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일이다.
이 사건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민투·민학련 관련자 49명 전원은 진실화해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신청인과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와 수사·공판 기록, 판결문 및 다른 위원회의 조사 결과까지 검토·분석한 결과, 당시 수사 주체인 치안본부가 신청인들을 남영동 대공분실 등으로 연행해 장기간 불법구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고문과 가혹행위도 인정됐다. 신청인들 다수는 고문기술자인 이근안으로부터 잠 안재우기, 도구를 사용한 구타 및 고문 등 당시의 피해상황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고, 당시 수사관도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 여성 신청인 9명 가운데 일부는 당시 수사관으로부터 성적인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한 신청인은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에서 수사관이 “옷을 벗기겠다”고 협박하거나 질문에 대해 모른다고 할 때마다 무릎을 꿇게 하는 등의 굴욕감을 줬다고 진술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 및 수사기관 등은 신청인들이 수사 과정에서 불법구금, 고문, 폭행, 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하여 허위자백을 해 유죄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한 사실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피해 회복 및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나아가 위법한 확정판결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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