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무법인과 영국 법무법인이 합작해 만든 법무법인이 국내에 처음으로 설립된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법률시장이 개방돼 2016년 국내외 법무법인 사이의 합작법인 설립을 허용한 뒤 실제 인가가 이뤄진 첫 사례다. 국내 법률시장에 등장한 ‘메기’가 될 지 법조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법무부는 29일 국내 법무법인 화현과 영국 법무법인 애셔스트가 낸 합작법무법인 설립 신청을 인가했다고 밝혔다. 2016년 7월 합작법무법인 설립을 허용한 개정 외국법자문사법이 시행된 이래 설립이 허가된 첫 사례다.
합작법무법인 설립은 법률시장 개방 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3단계)에 속한다. 합작법인은 국내 변호사를 고용하고 국내법 사무 취급이 가능하다. 다만, 송무나 정부기관 업무, 공증 등의 업무와 노무‧지식재산권 등 미개방 분야의 사무 처리는 할 수 없다. 설립인가를 받기 위해선 국내외 합작참여자 모두 △3년 이상 운영돼야 하고 △3년 이상의 경력 변호사와 외국법자문사 5인 이상 보유해야 하며 △외국합작참여자의 지분율 제한(최대 49%) 등을 만족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법률시장 개방은 세 단계로 나뉜다. 1단계에선 해외 법무법인이 국내 사무소(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설립은 가능하나 외국법과 관련한 자문만 가능했다. 2단계에선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가 제한적으로 국내법 및 외국법이 혼재된 사건을 공동으로 처리하고 수익을 분배할 수 있다. 3단계는 합작법무법인을 설립해 직접 해당 국가 법률시장에 진입하는 형식이다. 현재 자유무역협정 체결국 가운데 3단계 수준으로 법률시장이 개방된 국가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영국, 베트남 등이다.
법조계에선 대형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포화된 법률시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 중견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국내 법률시장은 대형 로펌들이 사실상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중견 로펌 입장에선 경영권을 지키면서 해외 대형로펌의 영업력과 명성을 통해 성장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했다. 다른 중소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도 “규모가 크고 이름 있는 외국 법무법인과 합작법무법인을 만들면 (의뢰인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늘게 되고, 중소 법무법인 입장에선 그동안 받지 못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법률시장이 외국 자본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외국 법무법인 지분 비율을 49%로 제한하긴 했지만 자본력이 막강한 외국 법무법인이 사실상 한국 변호사들을 고용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합작법인이 많아지면 최종적으로는 외국 법무법인의 자본에 (국내 법률시장이)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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