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순필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둘째)이 지난 9월20일 오전 서울시청 들머리에서 열린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와 재발방지 및 안전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안 공청회에서 직장 내 스토킹 피해자와 신고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한 사람뿐만 아니라 그 법인과 개인 사업주도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에서 공청회를 열어 국회에 발의된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안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정춘숙 의원과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과 정부가 발의한 법안은 스토킹 예방·방지와 피해자 보호·지원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책무로 규정하고, 스토킹 피해자와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처를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또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스토킹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도 포함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스토킹 처벌법 시행 1년이 넘도록 피해자 보호법안을 제정하지 않다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발생 뒤에야 논의 중이다.
범죄 행위자와 함께 그가 속한 법인 등도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김선교 의원안과 정부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 안은 스토킹 피해자와 신고자에 대한 직장에서의 불이익 조처를 금지하고, 법인 또는 개인 사업주의 대리인(관리자·상급자), 그밖의 종업원 등이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동시에 불이익 조처의 행위자가 대리인이나 종업원이라면 그가 속한 법인 또는 개인 사업주에게 3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양벌규정’을 뒀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행정학과)는 공청회에서 “가정폭력·성매매·성폭력 등 여성폭력 관련 보호법들도 모두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며 “여성폭력 관련 보호법 간의 통일성 측면이나 스토킹 피해자 보호·지원에 대한 법인 등 기관 차원의 주의·감독 의무를 강조하는 차원에서도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에도 양벌규정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권인숙·정춘숙 의원안은 스토킹 피해자와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처 유형을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법안은 불이익 유형을 인사상 불이익, 임금 또는 상여금 등의 차별 지급, 교육훈련 기회 제한,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직무에 대한 부당한 조사 등으로 구체화했다.
이은숙 변호사는 “직장 내에서 스토킹 피해를 입었을 경우뿐만 아니라 직장 밖에서 스토킹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직장으로 계속 전화를 한다거나 직접 찾아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 하더라도 피해자는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스토킹 신고로 인해 고용관계에서 어떠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피해자 일상 유지를 위해 매우 필요하다”며 “고용주로 하여금 어떤 행위가 불이익한 행위인지 명확히 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 대책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검찰, 법원 등 수사·사법기관 종사자들이 스토킹 특성과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는 직무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공청회에서 나왔다. 최근 일부 판사들이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 전화를 받지 않으면 스토킹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선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가해 행위가 지속·반복되는 스토킹 범죄 특성에 대한 몰이해는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수사·사법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직무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