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는 하루 평균 5억개의 트윗이 게시됩니다. 그 글들을 살펴보면 개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알 수도 있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일과 사회적 현상까지 확인할 수 있는데요. 지금 이 순간 트위터는 대한민국의 어떤 모습을 기록하고 있을까요? 실시간 트렌드와 열쇳말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 각 열쇳말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와 키워드 분석사이트 ‘겟데이트렌드’를 통해 수집했습니다
지난 2021년 6월 3일 한 수험생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17일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날입니다. 50만8030명의 수험생을 향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트위터에는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담긴 트윗이 다수 게시됐는데요. 이날 오전 7시 기준 ‘수능 응원’이라는 열쇳말이 담긴 트윗은 14만8100여개 작성돼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올랐고, 이어 ‘수능 파이팅’(3만2500여개) ‘수능 대박’(2만9900여개) ‘좋은 결과’(2만9900여개) ‘수험생분들’(2만4700여개)도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습니다.
트위터에서 공식 계정을 뜻하는 ‘파란 딱지’를 단 사용자의 응원에도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세븐틴을 비롯한 케이팝 아티스트들은 수험생을 응원하는 영상을 게시했고,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수험생을 격려하면서 “어떤 이유에서든 올해 수능을 보지 않기로 한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이분들께도 수험생들에게 보내는 것과 같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에게 일괄 지급되는 필기구인 ‘수능 샤프’. 왼쪽은 2006년부터 2022년까지의 수능 샤프를 모아 찍은 사진, 오른쪽은 2023학년도 응시자에게 지급된 수능 샤프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연합뉴스
수능과 관련된 물건도 실시간 트렌드에 등장했습니다. 모든 수험생에게 일괄 지급되는 필기구인 ‘수능 샤프’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은 오전 9시 기준 8300여개가 올라왔는데요. 한 트위터 사용자(@yeonxi****)는 2023학년도 수능 샤프가 옅은 초록색이라는 이유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민트초코단’임이 분명”이라는 농담을 건넸고, 또 다른 사용자(@kyfl****)는 2006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의 수능 샤프를 모아 찍은 사진을 리트윗하며 “지난해 수능 샤프가 초콜릿색이었으니 올해 것과 합치면 민트초코가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광주 서구 화정동 서석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감독관이 수험생들로부터 전자기기를 회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정행위’라는 열쇳말이 담긴 트윗도 오전 11시 기준 5900여개가 쓰였습니다. 지난해 수능시험 부정행위자 71명 중 가장 많은 유형이 ‘전자기기 소지자’(26명)여서 이와 관련한 조언이 가장 많았는데요. 트위터 사용자 블유(@beu****)는 “휴대폰·스마트워치·태블릿피시는 물론이고 전자담배와 블루투스 이어폰도 부정행위의 대상”이라며 주의를 당부했고, 또 다른 사용자 토끼(@lovie****)도 “만일을 위해 쉬는 시간마다 가방과 책상 서랍 등을 확인해 부정행위 물품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을 남겼습니다.
수능 부정행위와 관련해 ‘웃픈’ 사연을 남긴 이들도 있었습니다.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 트위터리안 심연의고삼(@uig****)이 ‘시험 보는 도중 초콜릿이나 사탕 껍질을 까서 먹어도 되냐’라는 질문을 올리자,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밝힌 사용자(@wgd****)는 “과거 수능 시험을 치를 때 초콜릿을 8개 정도 먹었는데, 감독관이 하나만 더 먹으면 부정행위 처리한다고 했다”는 답글을 남겨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또 다른 사용자(@yourn****)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을 첨부하며 “시험 도중 방귀를 크게 뀌었더니 부정행위라고 지적하는 감독관도 있다더라”고 뱃속 건강에 집중하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관공서와 기업체 등의 출근 시간이 일부 조정되면서, 아침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고 적다는 의견이 담긴 트윗이 다수 게시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수험생 시절이 먼 과거로 느껴지는 직장인들의 열쇳말도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습니다. 앞서 교육부는 관공서와 기업체 등의 출근 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전 10시 이후로 조정하도록 협조 요청을 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트위터에서는 ‘지하철 사람’이라는 열쇳말이 오전 10시 기준 4300여회 사용되며 “평소처럼 출근하는데 지하철에 사람이 정말 없다” “그럴 시간이 아닌데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내용이 번갈아 나왔습니다.
또한 일상다반사라는 이름의 사용자(@nxz****)는 “직장인이 수험생에게 방해가 되는 것 같다”며 운을 띄운 뒤 “직장인이 출근하면서 방출하는 부정적 에너지는 수험생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직장인을) 집에 가둬놓고 저온으로 맞춰둔 온수매트 안에 묶어두자”라는 글을 게시해 ‘출근 싫어’ 무리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룹 몬스타엑스의 멤버 기현은 팬들과 소통하는 플랫폼 유니버스의 ‘프라이빗 메시지’ 기능을 이용해 타자 대결을 제안했다. 기현은 수능 기분을 느껴보자면서 국어 영역의 단골손님인 <관동별곡>을 문제로 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한편, 오전 9시에는 ‘관동별곡’이라는 열쇳말이 실시간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이를 확인한 한 트위터리안(@os****)은 “오늘 수능 국어 영역에 관동별곡이 나왔냐”라며 궁금해했는데요. 이 열쇳말이 떠오른 이유는 그룹 몬스타엑스의 멤버 기현이 팬들과 소통하는 플랫폼 유니버스의 ‘프라이빗 메시지’로 “나랑 타자 대결할 사람, 나 휴대폰 타자 빠른데”라는 글을 남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기현은 자신이 속한 그룹 몬스타엑스의 노래 ‘겜블러’ 가사를 문제로 냈지만, 팬들에게서 “우리는 채팅 글자 수 제한이 있어 긴 문장을 적지 못한다”는 답장을 받은 뒤 ‘정읍사’와 ‘관동별곡’의 구절을 하나씩 띄우며 타자 대결을 진행했는데요. 오늘이 수능이 치러지는 날이니, 국어 영역의 ‘단골손님’ 격인 두 작품을 문제로 낸 셈입니다. 여담으로 현재 공개된 2023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의 고전 시가 문제는 ‘도산십이곡’과 ‘지수정가’가 출제됐습니다.
황인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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