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이 오는 18일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정 실장이 ‘대장동 일당’에게 특혜를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고 보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반면 앞서 구속 기소된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의 최측근 두 사람이 같은 민간 사업자들에게 억대 금품을 받았지만, 적용된 혐의 자체가 달라진 셈이다.
지난 8일 재판에 넘겨진 김 부원장에게 적용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의 공소장을 보면, 김 부원장은 지난해 4~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원의 대선 경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 부원장이 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시기는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즈음이다. 검찰은 당시 이 대표 캠프 총괄부본부장이었던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광주 등 남부지방을 돌고 있는데 자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이에 남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을 통해 1억·5억·1억·1억4700만원씩 네 차례에 걸쳐 8억4700만원을 건넸고 이 중 6억원이 김 부원장에게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정 실장의 구속영장에 기재된 특가법상 뇌물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1억원 이상 뇌물을 받은 경우 적용되는 혐의다. 정 실장이 2013년 2월~2020년 10월 성남시 정책비서관·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유 전 본부장과 대장동 민간 사업자에게 사업 관련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6회에 걸쳐 1억4천만원을 수수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이 밖에도 정 실장은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함께 428억원에 이르는 대장동 개발수익을 나눠 갖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관련 내부기밀을 남 변호사 등에게 흘린 혐의(부패방지법 위반), 유 전 본부장에게 검찰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던지라고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를 받는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5일 검찰에 비공개로 출석했다. 이날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위 당시 신분이 가른 혐의…추가기소 이뤄질까?
특가법상 뇌물은 정치자금법 위반보다 더 중대한 범죄다.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의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반면 1억원 이상 수뢰한 특가법상 뇌물 혐의 형량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다. 공소시효도 정치자금법 위반은 7년, 1억원 이상 뇌물죄는 15년이다.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는 검찰이 직무관련성·대가성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지만, 뇌물죄는 공무원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혐의인 데다 직무관련성·대가성 입증이 필수적이라 더 까다롭다.
법조계에서는 둘 다 불법으로 자금을 수수했다는 점에선 같으나 정치자금법 위반은 ‘정치자금은 정해진 방식으로만 조달하기로 하자’는 일종의 약속을 깬 것이라면 수뢰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뇌물을 받고 특혜를 준 행위이므로 무게감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한 고위법관은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는 (받은) 주체가 후보자나 당선자, 정당 간부, 그밖에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용도를 가리지 않고 적용되지만, 뇌물죄는 직무와 관련해 공무원이 부당한 청탁을 받고 수수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로 훨씬 중한 범죄”라고 말했다. 한 지방법원 판사도 “정치자금법 위반은 정치자금 조달을 법에 정한 대로 하지 않았다는 거라면 뇌물은 공직을 팔아서 사익을 취한 범죄이기 때문에 형량이 더 무겁다”고 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8억4700만원을 수수했단 의혹을 받는 시기에 공무원이 아니었으므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으로 기소했으나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앞서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성남시 의원이었던 김 부원장이 1억원을 수수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부원장을 재판에 넘기며 해당 의혹은 혐의 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향후 이 돈이 전달된 사실과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뇌물 혐의로 김 부원장을 추가로 기소할 가능성도 열려있는 셈이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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